외국기업들 국내 경기 어렵자 '입조심 행동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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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순이익을 발표하지 않았다.

매출액은 3년전 삼성중공업의 지게차 부문을 인수할 때 7백억원에서 지난해 1천7백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으나 순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클라크 관계자는 "한국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외국기업이 장사를 잘 했다고 떠벌리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고 말했다.

그는 "경쟁업체나 지게차 수요업체의 입장을 고려해 순이익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고 밝혔다.

외국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경제 불안심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장사를 잘했다고 자랑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소리 없이' 불우이웃을 돕거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이 많다.

◇ 조심조심 장사한다〓지난해말부터 일본 자동차회사로는 처음 고급 세단 렉서스 시리즈를 국내에 팔고 있는 토요타코리아는 일제차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문.TV 광고를 하면서도 '토요타' 대신 '렉서스' 를 부각한다. 잘 알려진 일본회사 이름 대신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이다. 또 진출 50여일만에 1백대를 계약하는 실적을 올리고도 입조심을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입해 판매하는 한성자동차는 지난해말 신차 발표회를 한옥이 몰려 있는 경인미술관에서 가졌다.

한 관계자는 "호텔에서 화려하게 신차 발표회를 하는 게 관례였지만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미술관에서 소박하게 마쳤다" 고 말했다.

소니 코리아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최근 노트북을 출시했으나 광고를 변변하게 못했다.

◇ 좋은 일을 많이 한다〓국내 진출 초기인 1998년 투자자금 밀반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 까르푸는 지역사회 환원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서울 목동.시흥.군산.광주 등에 신규점을 내면서 정규직원 1천명을 대부분 지역에서 채용할 방침이다. 또 전국 20개점에서 요리.영어강좌를 무료로 개설했다.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는 지난해 숭실대와 명지대에 각각 23억원,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기증했다.

컴팩 코리아.컴퓨터 어소시에이트(CA)등 컴퓨터 관련업체들은 지역주민을 위해 컴퓨터 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다.

한국3M은 지난해말 중고 펜티엄급 PC 2백대를 장애인 봉사단체인 '한벗장애인 이동봉사대' 에 기증했다. 나주공장 주변 81개 마을에는 야광 마을표지판을 만들어줬다.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는 매장별로 고아원과 자매결연을 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는 매년 5천만원을 기부해 선천성 기형 어린이 환자 무료진료를 돕고 있다.

레고 코리아는 지난해 전국 2백38개 고아원에 10억원 상당의 레고 장난감을 전달했다. 올해도 3억5천만원어치를 기증할 계획이다.

피자헛은 95년부터 청각장애학교를 돕고 있으며 일부 청각장애인을 매장 직원으로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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