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정책과 혼돈속의 통신시장-1

중앙일보

입력

국내 통신시장이 극도의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보통신부가 그랜드 컨소시엄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LG의 통신서비스 포기설이 구체화되고 포항제철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타진되는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돌출, 향후 통신시장의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부조차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LG텔레콤을 비롯 국내.외 업계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어 통신업계는 당분간 큰 혼란속에 빠질 전망이다.

◇고민 거듭하는 정통부= 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 장관은 동기식 IMT-2000컨소시엄에 비동기 참여업체들의 중복참여를 허용하겠다며 국내.외 유력기업이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통부는 그랜드 컨소시엄에 포철을 비롯 미국의 퀄컴, 버라이존, 스프린트, 국내의 하나로통신, 삼성전자, 롯데, 중견 제조업체 등을 모두 포함시키고 기존 LG텔레콤의 2세대 망을 이용하게 되길 내심 희망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동기식(CDMA) 방식의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고 국내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병행발전을 위해 이 방식이 국가경제적으로 가장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같은 복안은 현실적으로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여전히 서비스업 참여에 미온적 입장이고 LG전자는 아예 LG텔레콤 주식을 한국통신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증시에 공시하고 나섰다.

더구나 포항제철의 동기식 컨소시엄 참여 허용은 지난해 업종 전문화 차원에서 포철이 신세기통신을 SK텔레콤에 넘기도록 했던 정부의 정책과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동기식을 하기 위해 해외 유력사업자를 그랜드 컨소시엄의 1대 주주로 영입할 경우 공공재산인 주파수를 외국에 넘겼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

정통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묘수가 없어 IMT-2000 종합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LG의 서비스 포기설 구체화= LG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LG텔레콤 주식을 한국통신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16일 증권거래소에서 공시, 매각설을 구체화했다.

현재 LG텔레콤의 주식은 LG전자가 28.14%를 보유해 1대주주고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24.12%로 2대주주다.

향후 통신시장 재편의 최대 변수인 LG의 이같은 의사 표명에 대해 업계에서는 `통신사업 포기 구체화''와 `대정부 압박용''이라는 두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15일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탈락 이후 통신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증시에 공시한 것은 유.무선통신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노사분규에 휘말려 있는 데이콤마저 매각하는 등 통신사업 자체를 포기하려는 수순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 통신시장은 엄청난 인수합병 회오리와 이에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통부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정부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오는 3월에 동기 대신 비동기 사업자를 선정토록 정통부를 압박하면서 이것이 안될 경우 향후 LG텔레콤을 한국통신이 인수토록 정통부가 중재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즉 추가 사업자 선정 공고시 주파수를 동기식 대역 대신 임의대역으로 바꿔 달라는 주장을 거듭해온 LG는 정통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서비스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통부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강행한다면 한국통신이 LG텔레콤을 인수토록 정통부가 중재에 나서라는 뜻도 포함됐으며, 이 경우 LG는 정부지분 14.7% 매각을 시작으로 민영화 일정을 밟게될 한국통신의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LG의 향후 행보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 추이와 정부의 대응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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