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성인용으로 패러디한 〈잠자는 가시공주〉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동화 '잠자는 공주'. 하지만 카오모토 키하치로 감독이 그린 인형애니메이션의 〈잠자는 가시공주〉는 이야기가 다르다. 동화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소재로 변형시키고, 어린이들 눈높이의 이야기를 성인용으로 바꿔 놓았다.

왕비는 공주가 태어난날 마녀를 초대하지 않아 마녀의 저주를 받은 적도 없고, 15세의 생일날 공주는 저주가 있는 물레에 찔리지도 않았다. 다만 왕비는 결혼하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고, 전쟁에서 죽은 줄 알았던 그 옛 애인은 다리를 절며 왕비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옛 애인은 여전히 왕비를 사랑하고 있었고, 우연히 엄마의 처녀시절 일기를 읽은 공주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비가 몹시 오던 밤, 공주는 그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는 예전에 왕비가 그랬듯이 공주를 버리고 떠나 버린다. 결국 버림받은 공주는 왕비가 죽은뒤 모든 것을 채념하고 다른 왕자와 결혼을 해버린다.

이 작품〈잠자는 가시공주〉는 인형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카와모토 키하치로 감독이 체코의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일본의 유명한 연극배우 키시다 쿄코의 단편 패러디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표정이 풍부하고 사실적인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형과 의상은 카와모토 감독이 직접 제작했고, 체코 스탭은 인형의 애니메이팅 작업을 주로 담당했다고 한다.

왕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지하는 소극적인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비꼬는 듯한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인형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섬세한 표정연기와 과감한 사랑 연기인데, 이것은 〈잠자는 가시공주〉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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