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진당 “당 심장 빼앗겼다” 당원 명부 압수에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2일 검찰이 압수한 서버를 이송하는 차량 안에서 한 검찰 직원이 통합진보당원들의 저항을 곤봉으로 막고 있다. [뉴시스]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22일 당원 명부 등이 담긴 서버 3대를 검찰에 압수당한 뒤 “당의 심장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당원명부를 왜 당의 ‘심장’이라고 했을까. 일단 당원 명부엔 당원들의 신상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직자가 총동원돼 검찰의 압수수색에 물리력으로 맞섰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간 당원 명부는 당 공동대표단도 쉽게 볼 수 없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 불거지자 “당원 명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키를 쥐고 있는 당권파 측은 번번이 이를 묵살했었다. 당원명부가 곧 ‘유령당원’의 실체와 당비 대납 의혹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당권파가 조직과 재정을 관장하는 ‘사무총국’을 비당권파 측에 허락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결국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당 대표도 보지 못하던 당원 명부를 손에 넣게 된 셈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진성당원(당비 납부 당원)은 7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당 안팎에선 진짜 당원은 이보다 적을 거라고 보고 있다. 부정 경선을 조사했던 당 진상조사위가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다”고 밝힌 것은 당비를 대납했거나 명의를 빌려 가입된 가짜 당원이 적지 않았음을 인정한 얘기였다. 검찰 수사로 당내 선거 부정이 사실로 확인되면 당 진상조사위에 대해 “잘못된 조사로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는 당권파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검찰은 압수한 당원 명부를 비례대표 부정 경선 수사를 위한 근거자료로만 쓰겠다는 입장이다. 당원명부와 선거인명부를 대조해 유령당원이 비례대표 경선 투표에 참여했는지 여부만 가려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진짜 당원’의 숫자 파악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내에서 검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혁신비대위 측 이정미 대변인은 “검찰이 당원 신상정보를 움켜쥐고 정치적 목적에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은 검찰수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검찰은 2010년 옛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당비를 납부했던 국가공무원과 교사 등 270여 명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었다. 그때도 검찰은 당원명부를 확보하려 했지만 민노당 당직자들이 결사저지해 명부 확보에 실패했었다. 이번엔 당원들의 신상정보가 빠짐없이 기록돼 있을 명부를 검찰이 확보한 만큼 대대적인 ‘2차 기소’에 나서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거다.

양원보 기자

검찰, 신상정보 담긴 서버 확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