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60년 만의 자유 대선…누가 집권하든 험난한 앞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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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2월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축출된 이집트 철권통치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이을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23~24일 이틀간 치러진다. 가말 압델 나세르가 1952년 쿠데타에 성공해 군부가 60년 동안 장기집권한 이후 실시되는 첫 자유 대선이다.

 이번 선거는 무바라크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세속주의자 정치엘리트 후보들과 오랜 군사독재정권의 탄압 대상이었던 이슬람주의자 간 대결로 특징지어진다.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자들은 상·하원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 최대세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바라크 아래에서 외무장관을 10년 동안 역임하고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암르 무사(75)가 선두주자다. 정치 경험이 많고 친서방 성향인 그는 무바라크 퇴진 후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고 깊은 침체에 빠진 이집트 경제를 회복시킬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0)도 세속주의 후보로 무사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인 샤피크는 여전히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민주화 세력은 무사나 샤피크가 대통령이 될 경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다시 대대적인 거리시위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은 이들 세속주의 후보 뒤를 쫓고 있다. 압델 모네임 아불포투(60)는 무슬림형제단 지도위원을 지낸 온건파 자유주의자다. 지난해 자체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겠다는 형제단의 방침을 따르지 않고 출마를 선언해 이 단체에서 퇴출됐다. 극우 살라피스트로부터 온건 이슬람주의자, 리버럴 등 다양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형제단은 최근 입장을 바꿔 자체 후보로 무함마드 무르시(60)를 내세웠다. 무르시는 뒤늦게 대선전에 뛰어든 데다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르시는 알마스리 신문 등의 여론조사에서 4위로 뒤처져 있지만 형제단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어 역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나세르주의(아랍민족주의)자인 함딘 사바히(57)는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사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좌파와 노동자, 민중혁명에 참여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입장이다.그러나 아직까지는 부동층이 유권자 5000만 명의 절반가량이나 돼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1차 투표에 출마한 13명의 후보(1명은 중도 사퇴) 중 상위 득표 자 2명이 다음 달 16~17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이집트 정치에서 이슬람의 역할, 경제 회복, 민주주의의 미래,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 1979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유지 여부 등이다. 압델 라만 샤커(55)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치안과 경제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바라크 퇴진 후 이집트에서는 지난 15개월 동안 거리시위 유혈 진압 지속, 소수 기독교인의 탄압, 축구장에서의 대규모 폭력 사태 등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실권을 가진 군부가 약속한 대로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권력을 완전히 이양할 것이냐도 관심거리다. 군부는 지난 60년 동안 요직과 주요 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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