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 난방으로 바꾸길 잘했지 … 고유가 시대 속 편한 농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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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남 진주시 대곡면 남새농장은 땅속의 열(지열)을 이용해 파프리카 온실의 난방을 한다. 농장주 정명환(54)씨가 2008년 말 정부 보조를 포함해 3억5000만원을 들여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과도한 투자라는 주변의 수군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서 정씨 농장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는 “과거 기름을 이용해 냉난방할 때에 비해 연료비가 70% 이상 줄어 연간 5000만~6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기름값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서 과감하게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농가의 연 매출은 5억원에 이른다.

 고유가로 골치를 앓아온 시설원예 농민이 땅속에서 해법을 찾았다. 농업용 경유(면세) 가격은 3년 전 L당 700원대였으나 지금은 1180원대로 올랐다. 파프리카 같은 공장형 농업에선 연간 유류 비용이 수천만원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경남 합천의 가양산제일농장도 이런 부담으로 고민하다 지열 시스템을 도입해 연료비를 80% 줄였다. 연료비가 줄면서 전체 생산비도 과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소득은 65% 늘어났다. 이 농장은 절감된 생산비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법과 순수하게 땅속 열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지하수 난방 방식은 지하 450m에서 섭씨 15도의 지하수를 퍼올려 재활용한다. 그러나 지하수가 없는 지역에선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수평형 지열난방 시스템’이다. 지하 3m에 지열을 흡수하는 특수 파이프를 촘촘히 묻고, 파이프에 모인 열기를 열 펌프를 통해 재가열해 쓰는 방식이다. 1000㎡당 설치 비용이 55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고인배 농진청 원예특작과 지도사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하고 3년6개월 정도 지나면 유류 절감 비용이 초기 설치비를 넘어선다”며 “이란 제재 등으로 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비용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치비는 정부가 60%, 지방자치단체가 20%를 보조한다. 농진청은 돼지 축사, 양계장 등으로 지열 시스템 설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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