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HP, 국내 PC시장 진출 잰걸음

중앙일보

입력

수년간 국내 PC시장에 진출하려다 고배를 마셨던 컴팩 등 외국 대형 PC업체들이 올해 들어 시장 진출 의지를 다지며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국내 서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사인 컴팩과 휴렛팩커드(HP)로 국내 PC시장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PC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이들 기업이 유독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애프터서비스, 유통망의 부족과 다른 나라에 비해 값싼 조립PC가 강세를 유지하는 국내 PC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컴팩은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국내 중견 PC조립업체인 연일전자를 통해 국내 현지생산이라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본격적인 국내 PC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내 생산의 경우 제품의 수요에 민감하게 수급조절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제품을 수입할 때 부담해야 하는 15%에 이르는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아울러 애프터서비스망 확충을 위해 지난달 강남 서비스센터에 이어 용산에 강북 서비스센터를 개설하고 48시간 이내 고장수리 방침을 공언했다.

컴팩은 연일전자와 공동으로 기업체와 대학, 학원 등에 보급하는 저가형 PC인 펜티엄Ⅲ 733㎒급의 `데스크프로EX''를 생산해 지난달에만 한진해운 300대, 대구 영진전문대에 520대를 판매하는 등 6천여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월 6천여대 규모의 판매량은 국내 업체 가운데 5~6위를 달리는 주연테크 컴퓨터가 한달에 판매하는 수량과 맞먹는 결과.

컴팩은 또 다음달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자리오''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프리자리오'' 시리즈는 아직 국내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1㎓급 CPU와 평면 모니터를 장착한 200만원대의 고급사양 PC로 국내 업체들의 선점이 가시화되기 전 선제공격을 한다는 계획이다.

컴팩코리아 관계자는 "2년전 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절대적인 시장점유 속에서도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현재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PC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자신했다.

HP도 5년여전 실패했던 국내 PC시장 진출을 최근 서두르고 있다. HP는 지난달 20일 기업용 보급 PC인 `e-PC''를 출시한데 이어 16일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파빌리온'' 시리즈 3종을 국내에 선보였다. HP는 삼보컴퓨터를 통해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방식으로 현지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애프터서비스망 구축을 위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국내 PC업체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파빌리온'' 시리즈 역시 컴팩의 `프리자리오''와 같이 전문가 시장을 노린 866㎒급 이상의 고사양 PC다.
한국HP 관계자는 "올해 PC 자체의 매출은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이미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프린터, 스캐너 등 주변기기와 패키지 판매 등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외국 PC업체가 국내 PC시장에 순순히 진입하기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국 업체의 경우 시장형성을 위한 자본 투자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본사측에서 한국 PC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국내 PC시장의 최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PC업체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PC구매 성향은 외국업체에 대해 정서적으로 배타적이다"며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PC시장의 침체와 가격경쟁력, 애프터서비스 부분에서 외국 업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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