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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경제는 ‘독극물 칵테일’과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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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크 파버(66)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원조 닥터 둠’이다.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경제학) 교수보다 훨씬 앞서 주식시장 위기를 예측해 왔다. 1987년 블랙먼데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닷컴거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올 4월에도 그는 미국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의 주가가 10~2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주요국 증시가 10% 정도 하락했다. 신이 내렸을까. 20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원조 닥터 둠’인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직설화법을 즐긴다. 올 4월 그는 “미국 등의 주가가 10~2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이 내린 것일까. 그의 예측대로 됐다. [블룸버그]<사진크게보기>

 -4월 예언대로 주가가 떨어졌다. 신의 계시를 받았는가.

 “(웃으며) 주가 지수 흐름과 거시경제 상황, 기업 실적 흐름 등을 종합해 판단했을 뿐이다. 신의 계시는 없었다. 나도 틀린 적이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이 어떤 상태인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월 2일 1419에 도달했다. 이후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위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올 초 내가 말했듯이 당시 주가는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진 상태였다.”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까.

 “1차 하락은 끝난 듯하다. 순전히 시장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시장 참여자들이 주식을 너무 팔아치웠다. 6~7월엔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주가가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진 못한다.”

 스위스 출신인 파버는 직설적이기로 유명하다.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다우지수나 S&P500 지수가 얼마까지 오르거나 내린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했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해 듣는 사람이 긴장할 정도다.

 -이번에도 6~7월 주가가 얼마까지 오른다고 말할 수 있나.

 “물론이다. 현재 1290선인 S&P500 지수가 1370이나 1400선까지 회복할 수 있다. 어떤 종목은 지금보다 10% 정도 다시 오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4월 초 수준(1419포인트)을 넘어서진 못할 것이다.”

 -왜 오름세가 이어지지 못할까.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독극물 칵테일’과 같다. 온갖 나쁜 요인이 뒤섞여 있다는 의미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미국 경제 회복 지연,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주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올 8월께 다시 한 번 주가가 뚝 떨어질 수 있다.”

 파버는 지난해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현재 채무구조조정(워크아웃) 중이다. 공식적인 디폴트는 아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을 탈퇴할까.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다. 지난해 유로존에서 퇴출됐어야 했다. 어쨌든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프랑스 등이 그리스 탈퇴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고 유럽 납세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ECB가 양적 완화를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든 유럽이든 3차 양적 완화는 피할 수 없다. 양적 완화가 없으면 올해 주가는 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처럼 폭락할 수도 있다. 실제 올 들어 주가 흐름이 87년과 비슷하다. 연초에 높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는 앞으로 어떨까.

 “개인적으로 그리스보다 중국 경기 둔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이 충격받을 수밖에 없다. 그 여파로 브라질·호주·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지역 경제가 충격받을 것이다.”

 -투자자 돈은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주가 하락을 예측해 공매도 해놓았다. 앞으로 공매도 물량을 정리할 요량이다. 미국 달러 표시 자산은 가능한 한 멀리 하려고 한다.”

강남규 기자

 
마크 파버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취리히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80년대 정크본드 파문을 일으킨 투자은행 드럭셀번햄램버트의 트레이더와 아시아 담당 전무이사를 지냈다. 90년에 독립해 투자자문사인 마크파버리미티드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월간 투자레터인 ‘글룸붐앤둠(Gloom, Boom and Doom)’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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