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준비 더욱 분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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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축구 한국조직위원회(KOWOC)는 D-500일을 기해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3일 월드컵성공 개최를 위한 시민가두 사인회가 시작됐다. 또 16일에는 "가자 월드컵으로"라는 특집방송과 열린음악회 녹화 등 500일 앞으로 다가 온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전국 10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중인 경기장 건설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다른 준비도 큰 말썽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등 뒤늦게 뛰어든 대회 준비 치고는 `D-500 중간평가'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시아의 첫 월드컵이자, 사상 최초로 두나라가 공동개최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집중된 시선을 감안할 때 한시도 자만하거나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에게 월드컵을 홍보할 전시용 이벤트를 구상하고 시행하는 것도 물론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월드컵 준비의 일환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업들이 차질없이 수행되도록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과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계획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사업들 가운데 내.외적인 어려움에 부딛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 일부 사업은 아직까지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조직위원장, 사무총장 등 조직위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됐던 내부 혼란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질적 구성원간에 호흡이 맞지 않아 삐걱대던 조직위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순조로운 일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로 인해 바짝 서둘러도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일부 사업들이 계속 거북이걸음을 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공식공급업체 선정문제.

조직위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후원업체(14개)와 업종이 다른 6개 기업과 공급업체 계약을 맺고 스폰서료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는 2개의 업체만 선정된 상태다.

작년 10월 주택은행, 현대해상화재보험과 350억원에 계약했으나 그동안 중점 추진해온 4개 업체와의 계약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최근에는 그동안 접촉해 온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계약을 포기,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판이다.

물론 갑자기 찾아든 경기 한파로 기업들의 사정이 넉넉치않은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조직위에서 안이하게 생각하지않았느냐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연내 계약을 목표를 잡고 있지만 계약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스폰서료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캐릭터를 이용한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조직위로서는 입장권 판매 수익과 더불어 공식공급업체 계약이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계약을 더 늦춰서는 안되는 형편이다.

아직 개막식행사 용역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것도 조직위의 늑장 대응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지난해 3월 개막식, 개막전야제, 조추첨행사, 일반문화행사 등 4개 부문에서 제안서를 공모, 전야제와 조추첨행사 부문 용역업체는 각각 MBC애드컴과 LG애드가 선정됐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행사인 개막식행사 업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조직위는 금강기획, 제일기획 등 2개사로 압축하긴 했지만 당시 제안서 내용이 불충분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다시 제안서를 받아 현재 14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중이다.

일반문화행사도 당시 제안서를 공모했으나 아직 미정상태다. 조직위는 내용이 부실한 데다 용역업체를 선정해 일반문화행사를 실시할 것인지, 아닌지도 결정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용역업체의 선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역업체 공모 공고를 낸 셈이다.

조직위는 선정 이후의 잡음을 예방하기위해 더욱 철저히 따지고 투명성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말썽의 소지가 커진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일본이 훈련캠프지 84곳을 선정, 본선진출이 유력한 나라를 대상으로 홍보전을 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훈련캠프 선정도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분발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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