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랠리 영웅으로 떠오른 마쓰오카

중앙일보

입력

2001 파리-다카르 랠리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히로 마쓰오카를 주목하지 않았다.올해로 랠리 참가가 14번째고 자동차 부문 종합 4위도 3번이나 했지만 한번도 ‘위협적인’ 우승 후보였던 적은 없는 2등급 드라이버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10번째 경쟁구간부터 선두로 올라선 후 13일 12번째 경쟁구간까지 3구간 연속 선두를 달리자 성급한 일부 유럽 언론들은 ‘미래의 랠리 영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올해 40살 된 이 일본 사내를 추켜세우고 있다.

마쓰오카는 14일(현지시간)에도 TSO가 올해 경쟁구간 중 최악
으로 평가한 티지카-티지카 순환 코스 5백13㎞를 경쟁자 장 루이 슐레서(프랑스)보다 19분49초 빠른 6시간42분16초에 주파하며 1위 자리를 4구간째 이어나갔다.

슐레서는 전날 4위에서 이날 2위로 뛰어올랐으나 마쓰오카에는 13일 합계 기록에서 37분여 뒤져있다. 마쓰오카의 경주기록은 48시간29분11초,슐레서는 49시간6분36초다.

마쓰오카가 14일 경주를 마치고 털어놓은 올해 ‘급성장’의 비결은 “지난 1년간 자나깨나 랠리만을 생각하며 지내온” 지극 정성에 있다. 특별한 정신 수련이나 거창한 특수 훈련을 계획하기 보다는 경주가 없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더 잘 달릴 방법들을 궁리하며 보냈다는 것이다.

마쓰오카는 “최후의 승리자는 신만이 알 것”이라면서도 “남은 기간동안 정신력의 100%를 경주에만 집중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우승 요소라는 것이다.

14일 경쟁구간은 마쓰오카의 말대로 집중력이 필요한 구간이었다.온갖 주행 환경을 ‘총집합’시켜 놓은 것 같은 5백여㎞에는 순간 방심하면 탈락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함정들이 많았다.평탄한 모랫길은 금새 바윗길로 바뀌었고 카멜 그래스는 고난도 급회전을 요구했다.

전날 경쟁구간 기록에 따라 출발 순서가 정해져 선두 차량보다 한시간 이상 뒤늦게 출발한 하위 순위 차량들은 앞 차들이 지나가며 만들어 놓은 ‘고랑’때문에 속도가 느려졌고 경주 도중 해가 저버려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기아팀 스포티지 2대도 이날 밤 9시가 넘도록 숙영지에 도착하지 않아 팀원들의 애를 태웠다.늦게 들어온 만큼 정비 시간도 늦어져 다음날 경주에 지장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숙영지에는 출전 번호판에 검은색 테이프로 ‘X’자가 그려진 탈락 차량들이 늘어나고 있다.랠리가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13·14일 1천㎞를 넘게 달려온 랠리는 15일 티지카에서 티시트까지 가는 2백30㎞ 경쟁구간을 만나 한숨 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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