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치료술, 미국·유럽서 보러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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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시아권의 대장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은 30년동안 20배 이상 늘어 암 발생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대만·홍콩·싱가포르와 다른 동남아시아권에선 이미 1위가 됐고요.”

 지난 18, 19일 세브란스병원에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태국 등 아·태지역 14개국에서 온 대장암분야 석학 56명이 모였다. ‘대장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를 주제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 대장암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직위원장인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김남규(56·사진)교수가 이 대회를 조직한 것은 아·태지역 대장 암발생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5~6년전 이미 아시아의 대장암 증가율은 서구를 앞질렀다.

 암이 발생하는 부위도 달랐다. 서구인은 주로 S결장이라고 불리는 대장 중심부위에 암이 잘 생기지만 아시아인은 항문과 가까운 직장암이 훨씬 많다. 발병 연령대가 낮은 것도 특징이다. 서구에선 60대부터 대장암이 발생하지만 아시아인은 40대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이렇게 대장암 발병 양상이 다른데도 여전히 서구의 치료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아시아인만의 대장암 치료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을 지낸 김 교수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장암 명의다. 그가 이제까지 발표한 SCI 논문은 200여 편. 외과의사로는 보기 드문 연구실적이다. 그는 교수가 된 이후에도 주말마다 해부학교실을 찾아 복강내 구조를 익힐 정도로 학구파다. 대장암 2, 3기 환자의 수술 재발률은 5% 수준으로 미국·일본보다 앞선다. 특히 성기능과 배뇨기능을 보존하는 그의 손기술은 미국·유럽의 외과의사들이 일부러 와 보고 갈 정도다.

 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의 목적은 발표된 기초 통계를 바탕으로 아·태지역 대장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치료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권 나라에 한국의 대장암 치료술을 전파하는 의료 한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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