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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로존 위기, 모든 경우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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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어제는 스페인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조짐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전 세계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은 3%, 미국 1.2%, 영국 1.25%가 떨어졌다.

 우리 경제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코스피지수가 무려 3.4% 빠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800선이 붕괴됐다. 외환시장도 동요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 가까이 떨어졌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및 스페인·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再燃)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지, 탈퇴한다면 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전염될지는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마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할 가능성까지 상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엊그제 회의를 열어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한 건 불가피했다.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기에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외화유동성의 확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외환 부족 사태가 우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도 단단히 챙겨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가계부채 문제로 불길이 번지도록 해선 안 된다. 더불어 실물경제의 침체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실물경제의 이상 조짐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낙관할 일이 아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유럽 사태의 영향을 이미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조선·해운·철강·유화 등은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마저 고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신축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절실히 요청된다. 균형 재정에 집착하는 바람에 실기(失期)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