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과학자들 '살인 바이러스' 우연히 개발

중앙일보

입력

호주의 유전 과학자들이 동물의 면역체계를 파괴해 죽임으로써 테러 공격에 사용될 수도 있는 치사율 100%의 생쥐 바이러스를 우연히 만들어 냈다고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이 잡지 보도에 따르면 유해동물 방제를 위해 생쥐의 피임 백신을 연구하던 호주 CSIRO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면역체계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인터루킨4(IL-4)를 다량으로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생쥐발진 바이러스에 주입했다.

연구원들의 생각은 항체를 자극함으로써 암컷 생쥐들의 난자를 파괴해 불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며 생쥐에게 가벼운 증세만을 일으키는 생쥐발진 바이러스는 단지 IL-4의 전달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IL-4 유전자가 주입되자 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세포전달 반응''을 맹렬히 공격해 9일만에 실험에 사용된 동물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더욱이 이 바이러스는 백신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저항력이 커 정상적으로는 생쥐들의 생쥐발진을 예방해주는 백신이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생쥐들에게는 절반에서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CSIRO의 론 잭슨 연구원은 이같은 발견이 인간 천연두 바이러스가 같은 방법으로 변형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놀라운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지적했다.

천연두는 전세계적인 백신 보급 캠페인에 따라 질병으로서는 근절된 상태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2개 연구소는 아직도 연구용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호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생명공학의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치료 방법도, 효과적인 백신도 없는 살인적인 바이러스를 얼마나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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