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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만난 광주소년원, 축구 1등 꿈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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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호남대 축구학과 황영우 감독이 소년원생 한마음체육대회에 출전할 광주소년원 축구선수들을 훈련 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룡동 광주소년원(고룡정보산업학교) 운동장. 오렌지색 유니폼의 원생 18명이 점프 틀을 뛰어 넘기도 하고, 일렬로 놓인 마크 콘들 사이를 지그재그 달리기도 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 볼 트래핑과 드리블 연습 때는 선글라스를 낀 감독과 20대의 코치 4명이 원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직접 뛰면서 비지땀을 흘렸다.

 광주소년원 축구팀 주장 김모(19)군은 “우리끼리 주먹구구식으로 연습하던 때와 달리 전문가의 가르침을 받으니 몸이 더 잘 움직여지고, 볼도 발에 딱 달라 붙는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컵을 품에 안겠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광주소년원 축구팀 지휘봉을 잡은 이는 세계청소년·하계유니버시아드·올림픽 축구 대표를 지낸 황영우(48) 호남대 축구학과 감독. 코치들은 챌린저스 리그에서 광산FC 선수로 뛰기도 하는 축구학과 재학생들이다. 24일 서울소년원에서 전국 10개 소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멘토와 함께 하는 한마음체육대회’를 앞두고 호남대 축구학과가 특별과외를 한 것이다.

 호남대와 광주소년원은 3일 교육재능 기부 업무협약을 맺었다. 황 감독과 축구학과 학생들이 매주 이틀씩 소년원에 가 제대로 된 축구를 한 수씩 가르치고 있다. 곽칠선(48) 광주소년원 교무과장은 “전문가들의 지도 효과가 벌써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회를 앞둔 연습경기 때 크게 졌던 조기축구팀과 지난 12일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올해는 우리가 이겨 상대방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며 좋아했다.

 한마음체육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다. 때문에 소년원마다 축구 경기와 성적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쓴다. 광주소년원은 작년, 재작년 연거푸 준우승에 머물렀다.

 황 감독과 대학생 코치들은 원생들에게 ▶체력 ▶기술 ▶전술 훈련을 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축구를 워낙 좋아해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고 아직 어리고 순수해서 그런지 흡입력이 강하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또 예전에는 11명이 제각각 볼을 찼지만, 이젠 시스템화되면서 조직력이 배가되고 있습니다.”

 황 감독은 “24일 대회장에도 가 작전 등을 봐 주겠다”고 덧붙였다.

 서강석 호남대 총장은 “9월에 열리는 법무부장관배 소년원생 축구대회축구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이번 대회 후에도 지도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고, 장비 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전국에는 10개 소년원과 1개 소년교도소(경북 김천 소재)가 있다. 형사처분이어서 전과 기록이 남는 소년교도소와 달리 소년원은 보호처분이기 때문에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소년원에 다녀왔더라도 군대에 갈 수 있고, 공무원이 되는 데도 지장이 없다. 광주소년원의 경우 보호 소년 176명과, 법원이 집으로 돌려보낼지 소년원에 보호조치를 할지 결정하기 전 단계의 위탁 소년 35명 등 211명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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