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공직사회와 스마트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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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필언
행정안전부 1차관

삼성전자가 ‘하루 4시간 근무제’라는 것을 도입했다. 그 취지가 직원들의 창의성 향상에 있다고 한다. 직원들 스스로 일하고 싶은 시간을 선택해 근무를 하면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고 직원의 만족도도 높아져 창의성이 자연스레 발휘된다는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기업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KT는 회사 차원에서 재택근무, 스마트워크센터 근무 같은 스마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는데, 신입사원의 주요 입사 이유 중 하나가 ‘스마트워크 근무제도’라고 한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창의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년 전 정부는 전체 근로자의 30%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환경을 2015년까지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2010년 원격근무를 활성화하기 위해 텔레워크(Telework) 촉진법을 제정해 모든 연방정부 기관이 텔레워크 추진 실적을 미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09년 5.2%에 불과했던 텔레워크 근무자가 최근 21%로 급증했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근무자가 지난 1년 동안 1.5배로 급증했는데, 전체 취업자 5명 중 1명꼴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OECD 절반 수준에 불과한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연간 450시간, 약 2.6개월을 더 일한다고 하는데 왜 생산성은 낮을까. 정부는 불필요한 회의나 관례적인 대면보고 등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해법으로 스마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스마트워크가 대세라고 생각한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공무원들이 원격 장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수도권에 스마트워크센터 10곳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5000명의 공무원이 이용했으며,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근무자도 늘고 있다. 이용자가 많은 것이 궁금해 설문조사도 했는데,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 출퇴근 시간이 감소하고 집중도가 높아 업무생산성이 크게 좋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센터에 근무하는 날은 근무자가 직접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평소보다 일찍 귀가할 수 있어 이제 아이들이 “아빠, 언제 스마트워크센터 근무해?”라고 물어보며 스마트워크로 출근하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인데, 민간에 비해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않아 스마트워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음으로 스마트워크에 참여하는 근무자의 마음가짐이다. 스마트워크는 남이 보지 않는 장소에서 근무자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업무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는다면 근무시간을 방종하게 보낼 수 있다. 스마트워크는 근무자를 위한 시설만 만드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리자와 근무자 모두가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취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실천할 수 있어야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필언 행정안전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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