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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쌓인 저 엄청난 책들은 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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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중국 사진계의 이단아 왕칭송의 작품 ‘Follow Him’. 3t이나 되는 분량의 책을 쌓아 놓고 자신을 모델로 삼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사진예술 분야의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징검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1000년 역사도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전통문화 프로그램도 멍석을 함께 깔았습니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개막한 제5회 전주포토페스티벌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알찬 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일까지 이어지는 페스티벌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환(54·사진학) 전주대 교수는 “사진이라는 장르를 통해 서로 다른 지역·국가의 문화가 만나고, 전통·현대가 소통하는 통섭(通涉)의 한마당 잔치”라고 말했다.

 올 행사의 주제는 ‘벽을 넘어서(Beyond The Wall)’.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튼 지 올해로 20년을 맞는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중국 현대사진작가 교류전으로 꾸몄다. 서구화·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급속하게 변해가는 중국사회의 명암, 경제발전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중국 현대사진가 초대전’ ‘상하이 다큐멘터리’ ‘왕칭송 특별전’ 등 9개의 섹션을 마련했다.

 이들 전시회에는 중국작가 16명을 비롯해 총 60여명이 출품했다. 특별기획전을 한 왕칭송은 최근 세계 사진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포토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중국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논쟁들을 비틀고 꼬아 사진 미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이단아’ 소리를 듣는다.

전주포토페스티벌을 준비한 사람들. 왼쪽부터 강택수 부위원장, 이지혜·홍금순·김영희 위원, 박승환 운영위원장, 김정님 위원, 성창호 연구팀장.

 포토페스티벌에는 1박2일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가미했다. 100여명의 국내·외 작가를 초청, 전주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작품을 촬영하도록 한 뒤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막걸리를 마시고 판소리를 감상하는 기회도 가졌다. 또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뉴 미디어 아트 초대전’도 마련했다.

 12일 행사장을 찾은 왕칭송은 “전주포토페스티벌은 작가·작품 위주로 기획·진행이 탄탄한 데다 30~40대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작품이 눈길을 모은다”며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어느 국제대회보다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이 포토페스티벌은 박 교수를 비롯해 운영위원인 사진작가 15명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다. 전주뿐 아니라 서울·부산·대구·천안 등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액자·프린트 등 현물을 기증하고 행사 기획·진행을 맡는가 하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수백만원을 털어 운영비로 내놨다.

 박 운영위원장은 “예술인들의 열정과 꿈이 모이면 큰 돈 없이도 좋은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포토페스티벌이 보여주고 있다”며 “10년쯤 뒤에는 세계의 내로라 하는 사진작가들의 입에서 ‘대한민국의 전주를 가고 싶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더 알찬 국제행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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