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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첫 출근도 미뤘어요, 도우미 하고 싶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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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련된 매너와 환한 미소로 20년 전 대전엑스포에서 처음 등장한 도우미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싶습니다.”

 16일 오후 3시 여수세계박람회장 앞바다에 세워진 주제관 입구. 도우미로 활동 중인 유아라(24·여·사진)씨가 관람객들에게 여수엑스포의 주제인 ‘바다’를 표현한 주제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유씨는 여수엑스포의 도우미 500여 명 중에서도 단연 자긍심이 높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첫 출근의 꿈을 미뤄가면서까지 도우미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국내 대형 종합병원에 정식 간호사로 합격했다. 인하대 간호학과 4학년 재학 중 취업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예정대로면 오는 8월부터 출근해야 하지만 그 꿈을 11월로 미뤘다. 올해 8차례에 걸쳐 신입 간호사를 뽑는 병원의 동의를 얻어 발령받는 시기를 애초 5차에서 8차로 늦춘 것이다. 유씨는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말을 들은 뒤부턴 온통 정신이 박람회로만 쏠렸다”며 “국내 두 번째로 열리는 박람회에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과 병원의 배려 덕분에 주저 없이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도우미에 대한 유씨의 꿈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만난 도우미들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도우미란 단어도 대전엑스포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도우미는 ‘관람객을 도와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여수엑스포에도 유씨를 비롯한 도우미들이 각종 전시시설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맡고 있다.

 간호학과 교수가 되는 게 꿈인 유씨는 문화·예술 방면에도 관심이 많다. 95년부터 9차례 열린 광주비엔날레를 지난해만 빼고 모두 관람했다. 유씨는 “초등학교 소풍 때 인연을 맺은 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와 예술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다”며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관람객들의 ‘추억 만들기’를 돕겠다”고 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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