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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맛, 유네스코도 알아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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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주비빔밥 [중앙포토]

‘전라도 여성들은 다른 지역 여성보다 요리를 잘 한다. 그중에도 전주 여성의 요리하는 법은 칭찬할 만하다. 맛도 맛이거니와 상배(상차림) 보는 것이라든지 만드는 번때(때깔)라든지 모두가 뛰어나다. 서울의 여성이 전주에 갔다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호남선 급행을 타고 도망칠 것이다’. 1928년 월간지 『별건곤(別乾坤)』 12월호에 실린 ‘팔도 여자 살림살이 평판기’ 기사의 일부다.

 전북 전주는 예부터 ‘맛의 본향(本鄕)’으로 이름이 높다. 주변의 호남평야에서 나는 곡식과 채소·해산물 등 재료가 풍부한 데다 손맛과 정성이 어우러져 다른 지방보다 음식 종류가 다양하고 빛깔이 화려하다. 사골을 우려낸 물로 지은 밥에 육회·청포묵·콩나물 등을 얹어 내는 전주비빔밥은 미국·유럽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상다리가 휜다’는 한정식은 보통 30~40가지, 많게는 100여 가지의 반찬이 상에 오른다. 그래서일까. 전국의 음식점 상호 중에는 ‘전주식당·전주한정식·전주비빔밥·전주해장국…’ 등 전주라는 명칭이 유난히 많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2300여 개나 된다.

 소문난 전주 음식이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전주시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음식창의도시(gastronomy)로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음식창의도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는 포파얀(콜롬비아, 2005년 지정)·청두(成都·중국, 2010년), 오스터순드(스웨덴·2010년)에 이어 네 번째다. 포파얀은 중남미 제1의 음식문화 관광지며 청두는 중국 쓰촨(四川)성 요리의 발상지로 6000여 종의 음식을 자랑한다.

 음식창의도시는 준비부터 승인까지 3년이 걸렸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국제음식관련 기구 대표 4명이 1년에 걸쳐 신청서류를 꼼꼼히 검증하고, 수차례의 비밀 현장 실사도 이뤄졌다. 유네스코 측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전통 음식문화와 이를 다양한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창의적 노력이 돋보이고 교육기관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비빔밥 축제·발효식품엑스포 등을 통한 활성화 전략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앞으로 도시 이름에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UNESCO City of Gastronomy)’라는 명칭이 따라 붙게 된다. 도시 홍보에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하고 유네스코 웹사이트에 전주시의 축제 프로그램을 올려 홍보할 수 있게 된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1000년의 역사문화 도시 전주의 전통음식이 유네스코를 통해 지구촌 곳곳에 알려지게 됐다”며 “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유네스코 창의도시=유네스코 이사회가 2004년 10월 문화 다양성을 위한 국제 연대 사업의 하나로 시작 . 국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이 심사해 문학·영화·음악·공예와 민속예술·디자인·미디어예술·음식 등 7개 분야를 뽑는다. 현재 19개국 34개 도시가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서울(디자인), 이천(민속공예)이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 4곳 (2012년 5월 현재 자료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콜롬비아 포파얀 (2005년 지정) 중남미 제1의 음식문화 관광지
중국 청두(成都) (2010년 지정) 쓰촨(四川) 요리 발상지. 6000여 종 음식 자랑
스웨덴 오스터순드 (2010년 지정) 지역 식재료 활용한 미식 문화 보유
한국 전주 (2012년 지정) 비빔밥 등 1000년 전통의 한식 세계화 앞장

분야별 창의도시

▶문학(6)=에든버러·노리치(영국), 멜버른(호주), 아이오와시티(미국), 더블린(아일랜드), 레이갸비크(아이슬란드) ▶디자인(11)=서울(한국), 베를린(독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몬트리올(캐나다), 나고야·고베(일본), 상하이·선전·베이징(중국), 생테티엔(프랑스), 그라츠(오스트리아) ▶음악(5)=볼로냐(이탈리아), 세비야(스페인), 글래스고(영국), 겐트(벨기에), 보고타(콜롬비아) ▶공예와 민속예술(5)=이천(한국), 아스완(이집트), 샌타페이(미국), 가나자와(일본), 항저우(중국) ▶미디어예술(1)=리옹(프랑스) ▶영화(2)=브래드퍼드(영국), 시드니(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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