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혁명' KTX 1년] <상>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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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기업체 임원인 마에다 신이치(52)씨는 매일 신칸센(新幹線)을 이용해 시즈오카에서 120㎞ 떨어진 도쿄 본사로 출퇴근한다. 열차를 타는 시간은 52분으로, 집을 출발해 1시간30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신이치씨는 "도쿄 시내에 사는 사람보다 출퇴근에 시간이 덜 걸린다"고 만족해 했다.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 신칸센이 개통된 일본에서는 이처럼 일상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인구의 'U턴 현상'을 가져왔다. 도쿄.오사카.가나가와 등 대도시권의 인구는 신칸센 개통 이전에는 계속 늘었으나 개통된 뒤에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이들 대도시권 이외에 신칸센이 정차하는 도시 인구는 늘어났다.

당일치기 출장도 많이 늘었다. 후쿠오카에서 한 상인이 한국식 명란젓을 본떠 만든 명란젓이 신칸센을 타고 전국에 보급돼 히트 상품이 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비행기가 다니던 구간을 고속열차가 대신하고 있다. 300~600㎞ 거리에서는 고속열차가 항공편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지에서는 장거리 통근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80년대 고속열차 TGV(테제베) 등장 이후 프랑스 파리에 직장을 둔 샐러리맨이 파리에서 187㎞ 떨어진 방돔시로 대거 이주했다. TGV 개통 이전에는 방돔시에서 파리 몽파르나스역까지 2시간20분이 걸렸으나 TGV 개통 이후에는 42분으로 크게 단축된 때문이었다. 파리에서 250㎞로 떨어진 릴시도 TGV 개통에 따라 파리로의 통근자가 많이 늘었다.

특별취재팀=김기찬.강갑생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파리=박경덕,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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