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서사하라에서 만난 한국인 PKO

중앙일보

입력

서사하라의 모로코 관할지역인 스마라에서는 뜻밖에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군의관 임진형 대위(33)와 간호 장교 이현옥 대위(30)가 주인공들로,유엔 서사하라평화유지군(MINURSO)산하 한국군 의료진(KMU·Korea Medical Unit)의 일원인 이들은 스마라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라윤에 본부를 둔 유엔군 28개국 2백여명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라윤에 근거를 두고 스마라·오사드 등 유엔군이 몇십명 단위로 쪼개져 나가있는 서사하라 주요 도시들에 2주씩 돌아가며 파견 근무하는 이들은 지난주부터 마침 스마라 근무 기간이었다.

라윤에는 이들 말고도 한국군 군의관 6명·간호장교 4명·행정장교 6명이 더 있다.

“어차피 해야할 군대 생활,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서” 아프리카행을 자원했다는 이들의 서사하라 근무기간은 6개월.지난해 10월 배치됐으니 절반 가량 지났다.처음엔 시차·음식차 적응이 문제였으나 이제는 고향과 고향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차’에 시달린다.

한국군이 서사하라에서 의료지원을 해온 역사는 길다.90년 유엔군이 주둔하면서 처음엔 스위스군 의료진이 유엔군들의 건강을 챙겼지만 94년 헬기사고로 인명피해를 입고 손을 떼면서부터 한국이 그 역할을 떠맡아 오고 있다.6개월마다 교체되는 근무자들이 벌써 13진째를 맡고 있다.

이들의 안내로 찾은 막사안엔 전임자들이 머나먼 이국생활을 향수를 달래기 위해 한줄씩 보탠 낙서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한국군 의료진들의 역사가 길다보니 인구 4만5천여명의 스마라 주민들은 한국인 하면 의례 의사를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가 고정됐다.

“한국에 돌아가면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하게 놀아보고 싶다”는 이대위는 “온통 외국인들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국의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국제화 경험을 서사하라
근무의 최대성과로 꼽았다.

임대위도 “지난 3개월간 어느때보다 고국 생각이 절실했지만 보람도 많다.이곳 근무를 선택한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말을 보탰다.

군경력은 이대위가 선배지만 서로 오누이처럼 말을 터놓고 지내는 이들은 랠리 출전 차량 도착시간에 맞춰 응원나가기 위해 유엔군 막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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