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 한 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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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안에 감추어진 향수 들춰보기
- '보길도에서 온 편지'(강제윤 지음, 이학사 펴냄)

20년을 바람처럼 떠돌던 방랑 시인 강제윤님이 그의 고향 보길도에서 아름다운 서정의 편지글을 담은 책 한 권을 보내왔습니다. 보길도는 그의 고향이지만, 그에게 고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성장하며 지내온 시간까지도 포함하는 것이기에 온전한 귀향은 애시당초 글러먹은 일이라고 합니다.

고산 윤선도가 어부사시사와 오우가를 지어냈던 보길도가 뭍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낭만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곳은 아닙니다. 강제윤님에게 고향 섬은 핍박받는 민중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입니다. 서정시인으로만 알려진 윤선도조차 그 섬 안에서는 민중을 억압한 권력자일 뿐이라고까지 합니다.

# 바람처럼 떠돈 히말라야·인도 방랑기
- '슬픈 인도-인도 히말라야 방랑기'(이지상 지음, 북하우스 펴냄)

'세상의 모든 여행자는 인도로 흘러든다'는 말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습니까. 인도는 직접 다녀와 보지 않은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곳은 결코 아닙니다. 인도를 바람처럼 다섯 차례나 방랑했던 여행가 이지상 님이 하늘로 가는 정거장이라 불리는 라다크 지역과 인도를 떠올리며 쓴 책이 나왔습니다.

그는 처음 인도에 갔을 때 도처에 널린 고통스럽고 비참하고 슬픈 삶들을 바라보며 짜증내고, 눈물짓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도만큼 편한 곳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인도가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도 또한 인도를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권태와 단조로움으로 시작된 지은이의 인도 방랑기에 빠져 볼 만한 계절입니다.

# 다섯 남매를 수재로 키운 교육 체험담
-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황보태조 지음, 올림 펴냄)

요즘 세상에 다섯 아이를 키우는 일만으로도 버거운 일임이 분명한데, 그 다섯 명의 자식들을 모두 빼어난 수재로 키운 시골 농부가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2명, 경북대 의대, 포항공대, 효성가톨릭대 약학과에 훌륭한 성적으로 입학했고, 또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아이도 있습니다.

딸 아이를 자전거 뒷 자리에 태우고 등교시키던 그 아버지는 정작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 전부입니다. 바로 그 황보태조 님이 자신의 목소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지은이는 자신이 어린 시절 공부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지겨워했던 것을 기억하며, 자식들을 아주 즐겁게 노는 가운데 배울 수 있도록 아주 꼼꼼히 배려했습니다. 흔치 않은 요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 이집트 문명의 근원 밝히는 실마리
- '이집트'(정규영 지음, 다빈치 펴냄)

이집트는 인류 문명의 근원을 밝히는 실마리입니다. 5천년 이집트 문명의 역사 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남아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건설 방법 하나조차 온전히 풀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이집트에서 7년 동안 유학했던 조선대 아랍학과 교수 정규영 님이 이집트의 주요 유적지를 답사하고 고대 문명의 숨결을 직접 느낀 체험을 풀어냈습니다.

고대 문명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침묵하고 있는 이집트 유적지들에 감추어진 비밀의 열쇠들을 찾기 위해 지은이는 이집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닙니다. 지은이는 이집트의 고대문명 뿐 아니라 나폴레옹 침입, 수에즈 운하 건설 등 이집트를 둘러싼 근 현대사의 모든 현황들을 사진과 함께 편안한 문장으로 들려줍니다.

# 현대 감각에 맞게 고쳐 쓴 고전

- '춘향전'(김선아 글, 현태준 그림, 현암사 펴냄)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즈음에 우리 고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고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읽고 사랑해야 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도 아무리 우리 것이라 하더라도 돌아봐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정말 꼭 필요한 것만을 되살려야 합니다.

바로 그런 되살려야 할 재미있는 옛 이야기들이 현대 맞춤법에 맞게 다시 쓰여졌습니다. '춘향전'을 비롯해, '구운몽' '홍길동전' '심청전' 등 4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모두가 지금 시대의 우리들이 읽기에 편하도록 다시 쓰여졌지요. 뻔하게 잘 알려진 스토리의 춘향 아씨 이야기지만 그 뻔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재미를 한번 쯤 되찾아볼 만합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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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길도에서 온 편지'(강제윤 지음, 이학사 펴냄)
* '슬픈 인도-인도 히말라야 방랑기'(이지상 지음, 북하우스 펴냄)
*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황보태조 지음, 올림 펴냄)
* '이집트'(정규영 지음, 다빈치 펴냄)
* '춘향전'(김선아 글, 현태준 그림, 현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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