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김정일 키, 나와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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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함께 섰는데 우리의 키가 거의 같았다. 당시 나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그도 그랬다.”

 매들린 올브라이트(75·사진 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일(1942~2011·오른쪽)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달 초 시카고 국제문제협회(CCGA) 주최로 열린 초청 대담에서 2000년 10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14일 각종 회의록을 유료로 제공하는 미국 FNS 사이트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당시만 해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아주 취약했다”며 “방북 전 정보기관에선 김정일이 미친 변태(crazy and pervert)라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오랜시간 미사일 사거리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결과 김정일은 매우 똑똑했다”며 “대화 중에 그는 우리(미국)가 한국에 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당시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논평 등을 통해 주한미군의 무조건 철수를 주장하던 때였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김정일의 머리가 곱슬곱슬하고 나보다도 더 붕 떠있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해 청중들을 웃겼다. 그러면서 김정일을 만나기 전 북측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봐야 한다고 고집해 실제로 가서 본 사실도 소개했다.

 또 방북 직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기 위해 미국 백악관을 찾은 조명록 전 북한 인민군 차수도 언급했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조 전 차수와 대화하던 중 “내가 북한을 갈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쉽게 갈 수 없다”며 “대신 국무장관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북한 측은 전혀 놀라지 않은 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발화점(flashpoint)”이라며 “김정은 세습으로 이어진 현재 북한은 매우 불안정해 보이고, 핵실험을 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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