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노태우 ‘남한 핵 부재’선언…정부 “재배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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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입장이 바뀐 건 없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을 거론할 상황도 아니다.’ 미 의회의 한국 내 전술핵무기 재배치 추진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91년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이후 북핵에 대한 억지(抑止)는 핵우산과 재래식 정밀타격이 포함된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치밀하게 유지·강화해 가는 것으로 이뤄져 왔다”며 “한·미 모두 기존 정책을 뒤집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군 전술핵 철수 이후 한국 정부는 ‘도덕적 우위’에 서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전략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91년 11월 8일. 노태우 대통령은 “남한에는 핵무기가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군산 주한미군 기지에 남아 있던 100여 기의 전술핵을 미 본토로 철수한 직후였다.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 ‘엔시엔디(NCND) 정책’을 폐기하면서 당시 진행 중이던 남북 간 한반도 핵협상을 압박했다. 남북한은 그해 12월 ‘핵무기를 제조·보유·저장·사용·배비(配備)하지 않는다’는 공동선언에 합의했고, 이듬해 발효시켰다.

 그 이전까지 군산 기지엔 58년 비(非)유도 로켓인 어네스트 존과 8인치 곡사포 탑재용 소형 핵폭탄이 도입된 이후 33년간 종류를 달리하며 전술핵무기 체계가 배치됐다. 폭격기 투하용 핵탄두는 물론 라크로스 등 지대지 미사일 3종에 탑재하는 핵탄두도 들어왔다. 67년엔 950기까지 배치됐다. 155㎜ 곡사포와 폭격기 투하용 핵탄두인 B-61은 91년 철수 때까지 존재했다. 군산의 제8전술비행전단은 핵무기 철수 직전인 91년 상반기까지 기지에서 핵 탑재 및 타격 특별훈련을 실시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미 당국자들은 핵무기 재배치 주장에 대해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한반도 안보에 절대적인 위협이 될 정도가 된다면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경우 B-2 스텔스 폭격기, F-15·F-16 전투기 등에 장착이 가능한 B-61 핵탄두가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보유한 B-61 계열의 핵탄두는 1300여 기로 미국 전술핵무기(1620기·2002년 『핵태세 보고서』 기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독일·네덜란드·벨기에 등에도 200여 기가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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