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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오바마 길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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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블라디미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은 앞서 이달 18~19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는 불참한다. 이를 두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푸틴의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러시아 외교 정책의 향방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지난 7일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의 첫 방문지가 중국으로 결정된 것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12일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중국을 국빈 방문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며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는 푸틴과 자리를 맞바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푸틴이 미국 대신 중국을 첫 해외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미국에 대한 불만과 중국의 위상 고려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 일부 언론은 “푸틴이 G8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추진 중인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며 “또 푸틴을 반대하는 러시아 야권에 대한 미 정부의 지지도 이런 결정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최근 중국과 유례없는 경제·외교적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푸틴의 방중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밝혔다. 시 부주석은 11일 중·러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를 확고부동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의 외교적 우선 사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최근 이란 핵 문제와 시리아 유혈사태 해법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과 대립하며 공동 대응을 해왔다.

 미 정부는 이 같은 푸틴의 외교정책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논란 확산을 서둘러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는 푸틴의 G8 정상회의 불참을 이해하고 있으며 다음 달 18~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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