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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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5일 만에 한국으로 왔던 둘째딸은 지금도 김치를 즐겨 먹습니다.”

 오얀타 우말라(50·사진) 페루 대통령은 “한국에 오니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2004년 주한 페루 대사관에서 무관(武官)을 지냈다.

지난주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1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기술을 이전받고 싶다”며 “페루는 천연 자원이 풍부한 원자재 수출국인만큼 서로 협력한다면 한국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말라 대통령은 육군 부대장(중령)이었던 2000년 당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반대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했다. 하지만 후지모리가 부정부패로 쫓겨나면서 곧 사면 복권됐었다. 지난해 6월 후지모리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36년만의 좌파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페루 증권시장은 20년 만에 대폭락했다. 그러나 강경 좌파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그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등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식의 시장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올 페루의 경제 성장률은 중남미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5.5%로 예상된다.

 -‘차베스식’이 아닌 ‘룰라식’을 택한 까닭은.

 “이데올로기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일을 열심히 해서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나서야 불평도 할 수 있다.”

 - 올해 한국 대선도 성장과 분배 입장이 대립하는데.

 “대통령이 되면 선거 때 공약과 별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생긴다. 국가를 하나로 묶어 통합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쟁점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선거 유세때 많은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누구의 압력도 받지 않아야 한다. 가족의 희생도 따른다.”

 - 한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공부 했었나.

 “한국이 50여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경제 성장을 거쳤는지 잘 봤다. 정치인이 아니라 무관이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직접 경험하며 배울 수 있었다. 서울에 있을 당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대통령이 되면서 발현되고 있다. 페루의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 어떻게 하면 페루도 한국처럼 걸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

 - 한국에 살던 시절의 추억은.

 “한국 사람들의 친절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밤중에 내 딸이 아팠을 때 단골 빵집 주인이 새벽 1시에 약을 구해다 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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