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주소 IP 바닥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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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10년을 맞는 올해 인터넷 주소(IP)가 고갈될 위기에 놓였다. IP는 PC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연결할 때 필요한 고유번호(주소)다. IP가 없으면 e-메일.메신저 등 일체의 유.무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KT.데이콤.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체가 가정이나 사무실에 인터넷을 연결할 때 이 번호를 PC에 부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로부터 할당받은 IP(3480만개)가 포화상태에 달했다. 1995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닷컴 기업들이 출현한 뒤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면서 IP 사용량이 99년 1000만개에서 지난해 말 3300만개로 늘었고, 현재는 3400만개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멀티미디어 이동통신방송(DMB).인터넷 전화.휴대 인터넷.홈네트워크 등 첨단 서비스가 잇따라 선보인다. 이들 서비스는 다양한 인터넷 기능을 담고 있어 각각 IP가 2개 이상씩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IP 수가 6000만개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용완 기술연구팀장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고 통신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IP도 수십만개 정도 남아 있어 당장은 문제가 없으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하반기 이후의 신규 서비스에는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ICANN이 권장하는 차세대 IP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주소의 길이(정보)를 기존 12자리에서 48자리로 늘린 것으로 그만큼 주소 개수도 많아져 우리나라가 쓸 수 있는 IP 용량은 4조개에 달한다. 현재의 IP체제는 세계적으로도 2006년 말엔 고갈될 상황이라 미국 등 선진국도 몇 년 전부터 IP체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IP 고갈사태는 인터넷 대란으로 이어진다. IP가 없으면 네티즌들은 IP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 개인별로 IP를 갖지 못해 원하는 시간에 인터넷을 쓸 수 없다. 정통부 측은 "당장 차세대 IP체제의 전환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도 기간통신망과 초고속 연결망 등 국가 인터넷 시스템을 모두 차세대 IP체제로 바꾸려면 2년 가까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통신업체들의 차세대 IP체제 전환작업은 미흡하다. KT가 이달 초 처음으로 첨단 무선랜 시험서비스에 차세대 IP체제를 도입한 정도다. 정통부 라봉하 인터넷정책과장은 "기업들이 IP체제 전환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KT.SKT.데이콤 등 통신업체 측은 "수익성은 없고, 돈은 많이 드는 사업"이라며 "전압체계를 110V에서 220V로 바꾼 것처럼 정부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호.이희성.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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