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운송·건설 美 금리인하 덕 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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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하로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했지만 수혜 강도는 업종별로 다를 전망이다.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던 1998년 9월부터 99년 6월까지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1백85%나 상승했다.

이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MSCI 아시아지수 상승률(75%)을 크게 웃돈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 증시의 미국에 대한 연동성이 강화된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은 더하다.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당시 국내 주가 급등은 경제위기 극복이 큰 호재였던 만큼 그 상황 재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고 말하면서도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증권.은행.운송.건설 등이 상대적으로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S&P사가 45년부터 95년까지 증시 주도주를 분석한 결과, 하락 장세 말기에서는 증권.은행 등 금융주와 육상.해상.항공 등 운송주들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증권.은행주는 다른 업종에 앞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금리 인하로 증시 유동성이 보강되고, 주식 매매가 활성화할 경우 증권사 수익구조는 달라질 전망이다.

은행주의 경우 자금시장 안정으로 기업 부도의 위험이 낮아지며 부실 채권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업의 경우 미국 금리 인하기가 대개 경기 하강 국면과 맞물리는데 이때 국제 원유가격은 약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이 업종도 원가 부담의 경감 등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과 자금시장 안정 의지 등의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주와 달러 부채가 많은 한전.대한항공 등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정보기술(IT)주는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SK증권 오상훈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하로 증시 유동성이 강화됐지만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투자자들은 시장 주도주를 단기 매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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