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격 금리인하 배경]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일 전격적인 금리 인하 결정은 월가(街)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의 의표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결정방식(긴급 전화회의)이나 인하 폭(0.5%포인트), 인하 시기(정례 회의를 4주나 앞두고) 모든 면에서 그랬다.

FRB가 최근의 경기둔화를 그만큼 심상찮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금리인하 소식은 곧바로 금융시장으로 달려가 주가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FRB의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 이른바 '그린스펀 효과' 가 시장에 정확히 먹혀드는 시스템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 왜 갑자기 인하했나〓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는 최근 둔화세로 돌아섰으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경착륙이 우려될 정도다.

경제성장률은 1999년 4분기에 8.3%로 절정을 이룬 뒤 지난해 3분기에는 2.2%까지 낮아졌다.
최근 발표된 12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43.7로 91년 4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7% 이상 폭락했으며, 달러화의 가치도 유로당 0.9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였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대출 여건이 좋아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시중자금이 금리가 고정된 예금.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주가에 큰 호재가 된다.

그러나 FRB는 지난해 12월 1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고 통화정책 기조만 '긴축' 에서 '완화' 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오는 30~31일 열리는 FOMC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었다.

◇ 금리인하 반응〓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전화로 FOMC위원들에게 연락해 금리를 내리는 데 찬성한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그러자 즉시 FOMC위원들을 불러내 표결을 실시했다.

결과는 5대 0으로 금리인하가 확정됐다.
이 내용은 증시가 한창 열리고 있던 오후 1시에 즉각 발표돼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FRB는 발표문에서 "이번 결정은 미국내 소비와 생산 둔화, 소비자 신뢰 하락, 금융시장 경색,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을 낮추는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안한 것" 이라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대부분 "깜짝 놀랐다" 며 "환영한다" 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호르스트 쾰러 총재는 "미 경제의 연착륙과 세계 경제를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고 논평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금리인하는 적절한 조치였다" 고 환영하면서 "금리인하만으론 부족하며 대규모 세금 감면이 여전히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그린스펀 FRB의장을 위해 잔을 들자" 며 "그는 옳은 결정을 내려 우리를 즐겁게 했다" 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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