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시설 학원 돈 서울로 빠진다

중앙일보

입력

부산시내 사설 학원에서도 돈이 서울로 빠져나간다.

엄청난 가맹비에다 매달 수강생 한명당 3만원을 서울 본사에 주고 있다. 서울의 유명학원 간판을 사용하는 상표권인 셈이다.

◇ 프랜차이즈 학원 얼마나 생겼나 = 종로엠스쿨 11곳이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학원 자회사인 '이루넷' 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곳이다.

부산에는 영도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종로엠스쿨이 모두 들어섰다.

영도에서 종로엠스쿨 간판을 달려면 중등부 4천만원, 고등부 4천만원을 줘야 한다. 학원 대부분이 중.고등부를 함께 하고 있어 동래구 등 자리가 좋은 지역에는 가맹비가 1억원이 넘는다.

대성엔스쿨도 최근 부산진구 당감동에 문을 열었다. 대성엔스쿨은 대성학원의 자회사인 '디지털대성' 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학원이다.

대성엔스쿨도 대성학원의 지명도가 높아 앞으로 곳곳에 들어설 전망이며 가맹비는 4천만원이다. 가맹비는 학원을 그만둬도 돌려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수 없다.

디지털대성측은 "가맹비는 '대성학원' 이라는 유명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표권으로 보면 된다" 고 말했다.

특히 대성학원은 최근 '대성학원' 상호를 사용하는 부산시내 모든 학원에 편지를 보내 "대성학원이 상표등록한 것이니 계속 사용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 고 경고했다.

청호그룹 자회사인 '청호에듀케이션' 도 부산에서 청호틴스쿨 (중등부)
과 청호나이스쿨 (초등부)
등 가맹점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청호틴스쿨 한곳이 문을 열었고 가맹비는 청호틴스쿨 2천만원, 나이스쿨 3백만원이다. 이 외에도 고려이스쿨.동아스쿨 등 많은 가맹 학원들이 영역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 얼마나 빠져나가나 = 거액의 가맹비는 제쳐두고도 종로엠스쿨.대성엔스쿨의 경우 수강생 한명당 매달 3만원씩을 회원비 명목으로 서울 본사에 줘야 한다.

종로엠스쿨의 경우 학원마다 보통 4백~6백명의 수강생이 있어 부산시내 11개 학원에서 매달 서울로 빠져나가는 회원비만도 1억5천여만원이 된다. 3만원을 내면 학업성취도 고사.모의수능고사 등을 볼수 있다.

청호틴스쿨은 회원비로 매달 2만5천원을 서울 본사에 내고 있다.

비가맹 학원 관계자들은 "매달 교재 몇권과 시험 한번 정도 칠수 있게 해주면서 3만원씩이나 받아간다" 며 "그렇지 않아도 부산경제가 어려운데 학원에서 조차 돈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크게 잘못됐다" 고 말했다.

가맹비.회원비를 내면서 내부 시설은 프랜차이즈학원에 가입한 원장이 해야 한다.

◇ 왜 성행하나 =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 때문이다. 학원도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10여년간 운영해오던 기존 학원들도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바꾸고 있다. 결국 부산의 학원들이 서울에 예속되는 셈이다.

종로엠스쿨사상분원의 김광웅 (金光雄.43)
원장은 "이름 있는 학원이 아니면 수강생들을 모으기 어렵다" 며 "유명학원 간판을 달면 학부모.학생들이 일단 믿음을 갖는다" 고 말했다.

다른 학원 관계자들은 "학원업계에서도 향토학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며 "학원이 학생을 잘 가르치면 되지 간판이 뭐가 중요하냐" 고 반문했다.

부산 = 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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