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인터넷, 무선인터넷의 거센 도전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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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서비스 사양화

2000년 통신서비스 시장은 주도적 통신사업자의 기업분리(demerging) 경향, 음성 부문에서의 무선 비중의 확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확산, 무선 인터넷의 관심 고조 등으로 특징 지울 수 있다. 이러한 경향들은 2001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통합된 통신사업자에 의한 원스톱숍(on-stop shop) 전략이 널리 수용돼 기업 합병이 활발했으나, 2000년에는 그와 반대로 기업분리 경향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AT&T는 최근 네 개의 다소 독립된 회사, 즉 기업고객 대상의 AT&T Business, 장거리전화의 AT&T Consumer, 무선전화의 AT&T Wireless, 케이블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AT&T Broadband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기업분리 경향에는 크게 두 가지의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여러 사업 부문의 가치가 제대로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각 사업 부문의 고유한 성격 및 성향에 맞게 경영 스타일과 문화가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유연하고 명료한 경영전략이 이루어지도록 하고자 함이다.

한편, 음성전화 시장의 경우 무선 비중이 급속히 확대돼 OECD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 1/3을 넘었으며 몇몇 북유럽 국가에서는 50%를 상회하기도 했다. 개방 및 경쟁 도입으로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시외전화 및 국제전화요금 하락은 2000년에도 이어졌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시외전화와 시내 전화의 구분을 없애기도 했다. 무선의 경우도 가입자당 평균수익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음성 서비스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섰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통신사업자의 시도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선 네트워크 사업자는 트래픽 전송만으로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콘텐츠를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는 통신사업자 중에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Telefonica)가 대표적으로, 지상파 TV, 라디오, 케이블 방송, 출판사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로 진입했다.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의 경우는 무선인터넷에서 포털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에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컸다.

미국 무선 인터넷 수익 전망 (단위 : 백만 달러)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무선인터넷 수익

960

3569

10,263

22,429

40,906

59,949

L인터넷 서비스

603

2,168

4,837

9,367

16,748

23,079

메시징

356

1,652

3,365

4,094

4,367

5,368

무선 전자상거래

2

83

751

1,970

4,027

6,318

광고

0

56

753

4,078

8,701

14,101

멀티미디어

0

0

556

2,919

7,065

11,083

*자료제공: Morgan Stanlwy Dean Witter, The Mobile Internet Report, October 2000.

2001년 통신서비스 산업의 화두는 무엇보다도 무선과 유선 네트워크 중 어느 것이 인터넷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1년에는 DSL 등 유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우리나라와 미국을 주축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무선인터넷의 경우도 일본 NTT 도코모(DoComo)의 i-mode가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무선 인터넷의 발상지인 유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터넷에 있어서의 유선과 무선의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시장 판도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음성 서비스가 경쟁 격화로 인해 가입자당 평균 수익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선인터넷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Morgan Stanley Dean Witter)의 예측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6년을 기점으로 무선인터넷 가입자 수가 유선인터넷 가입자 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무선인터넷 단말기가 다목적성과 이동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고, 가격이 컴퓨터보다 저렴하다는 점, 그리고 무선인터넷 시장은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에 따른 시장 세분화가 가능하며, 이에 따라 유선인터넷에서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사람과 기계(person-to-machine), 그리고 기계와 기계(machine-to-machine) 간 통신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무선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은 유선인터넷 접속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i-mode가 크게 성공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유선인터넷 접속 서비스 요금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훨씬 높으며, 이에 반해 i-mode는 낮은 수준의 월정액만 지불하면 항시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에 있을 수 있고, 콘텐츠 등에는 선택적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수익모델 다양한 무선인터넷

무선과 유선 중 어느 것이 인터넷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인지는 각각의 장단점보다는 어느 것이 먼저 확산되는가에 좌우될 수도 있다. 보다폰 에어터치(Vodafone AirTouch)사의 크리스 젠트(Chris Gent) 회장의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첫 인터넷 체험은 무선단말기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발언은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유선과 무선인터넷은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수익모델이 상이하며, 수익모델의 차이는 인터넷에서의 유무선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선 인터넷의 경우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통신사업자의 수익 대부분은 현재로서는 가입자에게 받는 접속요금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무선인터넷은 통신사업자의 포털 사이트 장악이 보다 용이함에 따라 접속 요금 외에도 광고, 전자상거래 커미션 등 다양한 수익모델이 가능하다.

무선인터넷에서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통신 사업자가 포털 사이트를 지배할 가능성이 큰 것은 유선 사업자에 비해 소비자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외에 무선인터넷이 적어도 초기에는 반개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통신사업자의 폐쇄적인 포털이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개방적 체제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프랑스 텔레콤(France Telecom)은 이전의 폐쇄적인 포털을 개방해 야후에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무선통신사업자의 관점에서 무선인터넷의 수익구조는 크게 인터넷 접속 요금, 메시징, 광고, 멀티미디어, 전자상거래 수수료로 구성된다. 무선 인터넷의 경우 초기에는 인터넷 접속 수익과 메시징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가입자가 증가하고 무선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될수록 전자상거래 수수료, 광고 수익 비중은 증가하게 된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Morgan Stanley Dean Witter)의 미국 무선인터넷 수익 전망을 보면, 2006년 이후에는 전자상거래 수수료, 광고, 멀티미디어에서의 수익이 인터넷 접속 서비스 수익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위와 같은 무선인터넷 수익 구조는 가입자가 내는 인터넷 접속 정액 요금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게 하는 여력을 무선통신사업자에게 제공한다. 즉 무선인터넷 사업자는 광고, 전자상거래 수수료 수익을 통해 인터넷 접속 요금을 낮춤으로써 가입자의 급속한 증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무선 망 사업자는 과금 대행 등을 통해 콘텐츠 수익구조를 뒷받침함으로써 콘텐츠의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NTT 도코모의 i-mode에서 접속할 수 있는 만화 웹사이트는 회원이 60만명으로서, 그들이 내는 월 회비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NTT 도코모가 월 1달러인 회비에 대해 과금 대행을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유선인터넷은 개방적이어서 통신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가입자로부터의 월정액 요금 이외에 수익을 거둘 방안을 찾기 어렵다.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모델이 빈곤한 것은 유선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노텔 네트워크(Nortel Networks)의 CEO인 존 로스(John Roth)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러한 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The volume is in the Internet, but the money is in voice.”

유선에서도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무선 인터넷의 도전에 대응한 유선 인터넷의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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