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왜 도로에 들어와? 들어올 권리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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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25번 국도에서 상주시청 소속 여자 사이클 선수단이 큰 사고를 당했다. 25t 트럭이 훈련 중인 선수단을 덮쳤다. 건강한 20대 선수 6명이 쓰러졌고 이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체육인이 그들의 죽음을 슬퍼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은 6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쓴 속옷을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도로교통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자전거는 차(車)다. 도로에서 통행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우리 도로교통법도 자전거의 도로통행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자전거 이용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자전거가 도로를 이용하는 데는 큰 위험이 따른다. 자전거 사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 참조>

 상주시청 선수단 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트럭 운전자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해도 제2, 제3의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의식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전거가 도로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자동차보다 느린 자전거가 도로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자전거가 보호 대상이라는 의식이 없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 심관보 수석연구원은 “자전거도로 시설 확충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자전거를 차로 존중하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의 장근호 사무국장은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한 사고를 조사하던 경찰조차도 ‘왜 자전거가 도로에 다니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한 선결 조건은 여유다. 자전거가 도로를 이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줄여야 한다. 대한사이클연맹 황순봉 사무국장은 “유럽에 훈련을 나가 보면 자전거가 지나갈 때 자동차가 조심스럽게 운행하는 모습을 본다”며 “그곳에서 자전거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차량 제한속도가 30㎞ 이하인 도로의 총길이는 3500㎞나 된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배려다.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속도제한구역을 더 넓힐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시내 일반도로는 대부분 제한속도가 60㎞다.

 자동차 운전자는 물론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안전 운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도로에서 무리하게 2열 이상 병진하기보다는 우측 가장자리 1열로 라이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신호를 이용하고 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자전거연합회 황규일 사무차장은 “자전거 수신호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주영·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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