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깬 홈쇼핑 화장품들의 대박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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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대홈쇼핑 임흥준 미용팀 선임MD가 일명 ‘하유미 팩 시즌5’로 불리는 ‘셀-더마 아이디얼 하이드로겔 마스크’와 뿌리는 마스크 팩 ‘오마이페이스’를 가리키고 있다.2.CJ오쇼핑 박종제 차장과 그가 개발한 히아루론산 화장품 ‘히알루인’.

#주부 김소연(31?서초구 서초동)씨는 요즘 부쩍 홈쇼핑 방송을 많이 시청한다. 최근 들어 홈쇼핑에 흥미로운 제품들이 많이 등장해서다. 김씨는 원래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편으로, 다른 사람들의 품평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샘플이라도 구해 발라본 후 샀다. 이런 그이기에 과거엔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 미덥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홈쇼핑에만 소개되는, 전에 보지 못했던 성분과 제형의 상품들이 속속 나와 방송에 눈이 갔다. 운이 좋으면 평소 ‘찜’해두었던 제품을 ‘1+2 구성’이나 추가 구성품이 줄줄이 달린 기획세트로 살 수도 있어 홈쇼핑 화장품 구매에 재미를 붙였다.

#워킹맘 이혜선(37?양천구 목2동)씨는 주로 홈쇼핑을 통해 쇼핑을 해결한다. 일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니 퇴근 후 TV시청 시간이 그나마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구입한 것은 하유미 팩이다. 벌써 3번째 구매다. 수 십 장의 마스크팩이 오는데, 이 팩은 얼굴에 붙이고 빨래나 청소를 할 수 있다. 저녁 세안 후엔 아예 화장품을 바르지 않고 이것만 붙이기도 하고, 친정엄마와 언니에게도 몇 장 나눠주니 금방 떨어졌다. 요즈음은 ‘뿌리는 마스크팩’을 발견하고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직장인 이창민(34?노원구 하계동)씨는 얼마 전 홈쇼핑으로 세안용 팩과 수분크림을 샀다. 여자친구와 홈쇼핑을 보다가 전화기를 들고 말았다. ‘과연 내가 이걸 쓸까?’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지만, 막상 도착하니 방송에서 시연해준 것처럼 하면 돼 자주 사용하게 됐다. 평소엔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 상담하기가 꺼려져 그냥 남성전용 스킨만 발랐었는데, 홈쇼핑을 이용하니 사용법과 효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챙길 수 있어 편했다.

실패 아이템? 패러다임 바꿔 분당 천만원 매출

 홈쇼핑 화장품 인기가 높다. 분당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홈쇼핑을 통해 마스크, 페이셜 오일 같은 화장품을 산다.

 화장품은 오랫동안 ‘홈쇼핑에서는 많이 팔 수 없는 제품군’으로 여겨졌다. 화장품은 얼굴에 바르는 것이라 소비자 관여도가 높고 따라서 소비자들이 방송 정보만으로는 사지않을 거라 분석됐다. 더욱이 피부에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단순한 반품 요구를 넘어, 심한 항의까지 불러올 수 있었다. 메이크업 제품이 아닌 스킨케어 제품은 그 정도가 더 심할 터였다.

 실제 몇 해간 이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스킨케어 제품은 인지도 있는 몇몇 브랜드의 상품들만 매출이 나왔다. MD들이 개발해 내 놓은 스킨케어 상품들은 고배를 마셨다. 조성아를 시작으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앞세운 메이크업 세트들이 나와 한동안 붐을 이루긴 했다. 그러나 ‘홈쇼핑에서 스킨케어는 안 된다’는 불문률은 이어졌다. 이를 깬 것은 2008년에 등장한 ‘하유미 팩’이었다.

 일명 ‘하유미 팩’이라고 불렸던 ‘셀-더마하이드로겔 마스크 시트’는 현대홈쇼핑에 등장 후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홈쇼핑에서는 메인 시간대(평일 오전 8~9시?밤 10시 등)에 분당 800만~900만원의 매출이 나와야 성공으로 친다. 하유미 팩은 당시 분당 1000만원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현대홈쇼핑의 대표상품으로 등극했다.

 사실 이 제품은 2007년 CJ홈쇼핑(CJ오쇼핑의 전신)에 처음 등장했었다. 그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현대홈쇼핑에 이 제품 방송 기회가 왔을 때, MD들은 이를 ‘실패한 아이템’이라며 넘겨버리지 않았다. 현대홈쇼핑 임흥준 미용팀 선임MD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유미 팩을 다르게 봤다. 얼굴에 착달라붙는 특성이 있어 마스크를 하는 동안 가만히 누워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스크를 붙이고 다른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주부들에게 먹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홈쇼핑은 하유미 팩의 청량감과 뛰어난 밀착감, 그로 인한 피부 관리의 간편함을 부각시켰다. ‘팩’이란 별명을 지어 편리한 사용을 강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 현대홈쇼핑은 뿌리는 마스크 팩 ‘오마이페이스’를 내놨다. 붙이는 마스크에서 뿌리는 팩의 형태로 간편함을 더하고, 고농축에센스를 사용해 성분으로도 여성의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형태다. 지금은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로, 아직 ‘대박’ 수준은 아니지만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 대신 성분에 집중한 PB화장품 개발

 CJ오쇼핑은 자체 브랜드(PB)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체 상품을 개발하는 유일한 홈쇼핑사이다. 화장품 상품 개발을 맡고 있는 박종제 차장은 “마케팅 비용을 없애 가격을 낮추고, 피부에 좋은 성분을 충분히 넣으면 대중이 알아봐 줄 거란 신념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아르간 오일을 선보였고, 올해 초엔 히아루론산 화장품 ‘히알루인’을 내놨다. 둘 다 성분에 집중한 화장품으로, 시간대 2억 이상의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특히 히알루인의 경우 앰플엔 히아루론산조성물을 100%, 크림엔 50% 함유시켜, 보습 효과를 극대화시킨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히아루론산은 보습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난 성분이다. 하지만 원재료 비용이 비싸 기존 화장품 브랜드에선 고함량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CJ오쇼핑이 고함량으로 히알루인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마케팅 비용을 없애고 그 부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컨셉트이었기에 가능했다. 박 차장은 “홈쇼핑 PB상품을 개발할 때는 이 상품이 지속 가능한지, 남들이 쉽게 카피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다”며 “성분과 효과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못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홈쇼핑 PB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아직 낮다. 하지만 그는 “성분과 효능을 보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어 희망적”이라며 “화장품 가격 거품 논란이 많은데 홈쇼핑 PB화장품이 이에 대한 한가지 해결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홈쇼핑 미용 MD들, 트렌드 조사 이렇게…

 홈쇼핑 미용MD들은 상품을 어떻게 개발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렌드 파악이다. 여성들이,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온라인 카페의 화장품 품평기를 찾아보고, 신상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미용박람회에도 참석한다. “24시간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는 것 같다”는 현대홈쇼핑 임흥준 선임MD는 “커피숍에 가도 옆 테이블에 여성들이 모여있으면 귀가 저절로 기우려 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곳은 역시 방송 즉시 나타나는 실시간 판매 추이에서다 임 선임MD는 “판매가 결국 선호도”라고 말한다. 대개 월 2~3개의 신상품을 론칭하지만 성공하는 제품은 10분의 1수준이다. 판매 추이에 따라 화장품 제조사와 회의를 하고 제품을 만들면, 빠르면 1~2주 안에 다음 제품을 준비할 수 있다. 그는 “실시간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역시 대중을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성공확률은 10%가 안 된다”는 것이 그가 토로하는 어려움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황정옥·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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