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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학교폭력] 랩 리듬을 타고 … ‘멈춰’ 유쾌한 전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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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동근 과장

‘멈춰! 폭력은 안 돼/ 멈춰 하지 마/ 지금 이런 모습은/ 정말 정말로 싫어/ 우린 장난감이 아냐/ 심부름꾼도 아냐/ 우린 모두 친구야 소중한 친구/ 우린 모두 친구야 소중한 친구’.

 7일 오전 9시 춘천초등학교 각 교실에는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교내 방송으로 노래가 나오자 학생들은 교실의 TV 모니터에 나타난 가사를 보며 따라 불렀다. 이 학교 박채린(6년)양은 “노래가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하고 재미있다”며 “자꾸 따라 부르다 보면 학교폭력에 ‘멈춰’라고 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는 춘천교육지원청 김동근(58) 교육지원과장이 작곡한 ‘멈춰, 멈춰’ 1절이다. 가사는 위숙(45·춘천 천전초교 교사)씨가 지었다. 김 과장은 춘천교육지원청이 올해 초등학교에 도입한 ‘멈춰 학교폭력’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이 노래를 작곡했다. 노래 음원은 각 학교에 보급됐다. 학교는 아침조회 및 수업 전, 또는 점심시간에 이 노래를 튼다.

 춘천교육지원청은 지난해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가 되자 본지가 제안한 ‘멈춰 학교폭력’을 초등학교에 도입했다. ‘멈춰’ 제도의 매뉴얼을 만들고 3월부터 현장에서 시행했다. 김 과장은 “학교폭력의 폐해를 말보다 노래로 전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겠다고 생각했다”며 “노래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멈춰’를 외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지방 언론에 기고했던 학교폭력에 대한 자신의 글을 위씨에게 전달하고 작사를 의뢰했다. 2월 중순 가사를 받은 김 과장은 10여 일 만에 곡을 만들었다.

 노래 ‘멈춰, 멈춰’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면서도 리듬에 변화를 줘 경쾌하다. ‘심심해서 그랬다고 꾸며대지 마/ 장난으로 그랬다고 이유대지 마/ 화풀이로 그랬다고 핑계 대지 마/ 우리를 우리를 속이지 말고/ 멋진 친구가 돼주길 바라….’ 또 요즘 유행에 맞춰 영어 가사를 포함한 랩도 가미했다.

 춘천교대 부속초등학교 유리(5년)양과 박주헌(4년)군이 부른 노래는 3월 중순 녹음을 마치고 파워포인트(PPT)로 제작돼 보급됐다. 노래 음원은 인천과 대전시교육청, 속초교육지원청 등에도 보냈다. 김 과장은 1978년부터 10년간 방학 때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동요와 교가 등 50여 곡을 작곡했으며 올가을 작곡집을 낼 계획이다. 그는 춘천의 페스티벌팝스오케스트라 단장도 맡고 있다. 김 과장은 “ ‘멈춰, 멈춰’ 노래가 널리 보급돼 학교폭력 근절에 상승효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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