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역사를 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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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캐나다쪽으로, 자동차로 5시간 정도를 달리다 보면(경비행기로는 1시간 남짓 걸린다) '쿠퍼스타운'이란 한적한 목가(牧歌)풍의 시골동네에 다다른다. 바로 이곳이 1백년 미국야구의 사당이랄 수 있는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82년 홈런왕 행크 애런이 한국을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애런의 왼손가락엔 붉은색 루비반지 하나가 끼어져 있었다. 어느 여기자가 결혼기념반지인줄 알고 물었더니 '명예의 전당' 입당기념반지라는 것.

"내 생애에서 가장 기뻤던 날은 바로 이 반지를 받던 날이었다"는 애런의 사족성(?) 설명이었다.

715호 홈런을 치던 날보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던 날이 더 기뻤다는 얘기다. 이만큼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은 '명예의 전당'에 모셔지는 것을 선수 최고의 명예로 안다.

83년 명3루수 브룩스 로빈슨과 중남미 출신의 명투수 후안 마리칼, 두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나란히 모셔졌다.

로빈슨은 3루수로선 사상 7번째로, 마리칼은 미국인이 아닌 중남미 출신 선수로서는 3번째로 입당하는 영광을 누렸던 것이다.

마리칼은 비록 3번째이긴 했지만 잘 따져보면 정상적으로 투표에 의해 뽑힌 사상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었다.

먼저 들어와 있던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비행기사고사 때문에 투표없이 모셔졌고, 마틴 도히고는 니그로리그에서 뛰던 미국프로야구 초창기의 선수였다.

미국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입당하고 싶은 명예의 전당. 이 명예의 전당에 현재까지 모시어진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보면 투수가 58명으로 가장 많고, 외야수가 56명, 유격수가 19명, 1루수 17명의 순이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도 '명예의 전당'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야구회관'에도 좋고, 도쿄돔에 개장한 일본처럼 잠실야구장의 한쪽에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명예의 전당 건립은 서둘러 볼 만 하다.

※ 약력

- 1940년생
- 서울 경기고, 서울대 국문과졸
- 前 경향신문, 서울신문 기자
- 前 주간스포츠 편집주간
- 前 KBO 초대 홍보실장
- 前 주간야구 발행인
- 前 도서출판 가람 대표
- 前 베이스볼코리아 회장.
- 저서 : '한국야구사(공저)', '두 가슴 한 마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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