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 주요인…창 없는 밀폐업소 규제할 법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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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래방과 같은 밀폐업소에서 난 불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사례가 1999년 10월 57명이 숨진 ‘인천 인현동 호프집’ 사고다. 지하 노래방 공사현장에서 시작한 불이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으로 번졌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고생과 대학생이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부산의 경우 2009년 1월 영도의 한 지하 노래방에서 불이 나 8명이 숨졌었다. 같은 해 11월 부산 국제시장 실내사격장 화재에선 일본인 관광객 등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피해를 막아 보려고 2006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이 특별법은 노래방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업소 가운데 영업 중 화재를 비롯해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을 다중이용업으로 규정했다. 학원·노래방·찜질방·고시원·비디오방·산후조리원·일반음식점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 법엔 소화기 비치, 비상통로 설치 등이 의무화돼 있다. 또 최소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전시설 점검을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점검기관이 내린 시설 보완 명령을 안 지키면 1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지난 2월부턴 다중이용업소 업주들이 화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엔 허술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안전시설 단속업무를 하는 한 소방 관계자는 “호프집에선 내부 소음 차단을 위해 쓰는 통유리가, 지하 노래방엔 창이 없는 것이 실제 화재 시 질식사를 부르는 주원인”이라며 “정작 법엔 이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건축법상 소형 건축물(거실 면적이 300 미만)의 경우 옥외 피난계단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 것도 문제다. 화재 발생 시 밧줄을 매고 건물 밖으로 내려가는 완강시설만이 의무화돼 있다.

 단속도 여의치 않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이 밀폐형인 노래방 업소만 전국에 4만여 개”라며 “비슷한 구조의 호프집 등 유흥업소까지 따지면 그 수가 엄청나 현실적으로 단속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주들도 불만이다. 공간이 좁거나 건물이 노후한 경우 비상계단 등 안전설비 설치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상 시설 개선 의무는 업주에게 있다. 업주가 세입자인 경우 건물 주인의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인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70)씨는 “안전시설을 갖추기 위해 돈을 쓰기보다 차라리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업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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