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B와 구글이 경쟁하는 시대, 모바일 서비스에 생존 달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9호 23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Q.정보기술(IT)의 도입으로 은행의 서비스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IT와의 융합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변화가 고객의 이익에 어떻게 연결되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13>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③

A.요즘 은행 점포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금융 업무와 서비스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중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대면(對面) 거래 말고 인터넷·스마트폰·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非)대면거래 건수가 88%에 달합니다. 열 건 중 한 건 남짓만 지점의 창구 직원을 통해 일을 본 셈이죠. KB국민은행의 경우 조회 서비스 건수의 91%가 이런 비대면 거래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연내 3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마트폰 뱅킹 이용 고객도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금융 분야도 스마트 빅뱅 시대가 열린 것이죠. 이런 환경에서 IT 없는 금융 거래를 상상하기 힘듭니다. 금융은 이제 IT 산업입니다.

지난 3월 저는 영국 런던의 ‘G100 유럽’에 참석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00여 명이 참석하는 모임이죠.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브로드밴드(Broadband), 즉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였습니다. 저는 브로드밴드의 부상으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의료산업·교육 그리고 금융산업이라고 봅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대응하려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IT 친화적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합니다. 과거 10여 년간 인터넷 뱅킹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기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지난해 11월 KB가 모든 인터넷 브라우저와 스마트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뱅킹 서비스를 전면 시행하기 전까지 그랬습니다. 그런데 KB의 노력으로 이제 뱅킹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사라졌어요. 이 뿐만 아니라 KB는 앞으로 출현할 어떤 스마트 기기에도 즉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죠.

그 덕에 지난 3월 KB가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스마트폰 뱅킹 이용 고객 3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고객 수, 거래건수, 거래금액 등에서 KB는 스마트 금융의 리딩 뱅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은행권 최초의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 유비페이(UbPay)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계좌번호 등 구매자의 금융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휴대전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KB국민카드는 이동통신 3사와 제휴해 60종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대해 모바일카드를 발급합니다. KB투자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죠.

얼마 전 금융감독원에서 ATM기를 통한 거래 수수료를 낮추라고 해서 조사를 해 봤습니다. ATM기 임대료, 기기에 돈을 채우고 회수하는 인건비까지 감안하니 은행이 적자더군요. 은행의 비대면 거래 추세는 은행 고객 입장에서 이익입니다.

산업 간의 융합으로 이(異)업종 간 경쟁의 시대도 열렸습니다. 일례로 인터넷 업계의 거인인 구글이 지난가을 ‘구글 지갑’을 선보였습니다. 가맹점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이루어지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죠. 시대가 변하면서 IT 기업이 은행의 경쟁 상대가 된 거예요. 경쟁의 구도와 양상이 달라진 거죠. 이런 경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막강한 구글이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가령 증권사나 은행을 찾지 않고 TV 화면을 보면서 하는 주식거래 시스템은 수십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망했거든요. IT 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는 보수적인 편이라 리스크가 작은 경로를 따라갈 겁니다. 그 결과 저는 IT 융합형 금융 서비스 쪽에서 금융사들이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물론 리스크가 작은 경로를 택하면 혁신 성과도 작습니다.

‘고위험 고수익’은 혁신 경영에도 적용됩니다. 제가 대학교수 시절 주식을 가르쳤지만 저 자신은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고위험을 감수하면 고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은 작아집니다. 간단한 원리지만 막상 실천하긴 쉽지 않죠.

우리나라가 금융 선진국은 아니지만 저는 금융산업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 금융산업이 선진화하고 강해질 거로 봅니다. IT 경쟁력이 곧 금융 경쟁력인 시대이기 때문이죠. 영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 가운데는 KB 같은 스마트폰 금융 서비스를 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IT와의 융합은 또 점포 쪽의 혁신을 요구합니다. 지난해 KB의 입·출금, 자금이체 거래의 89%가 인터넷 뱅킹 같은 비대면 거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점포 수가 가장 많다는 게 이점이 못됩니다. 접근성이 뛰어나면 뭐합니까, 고객이 점포를 찾지 않는데. 특히 600~1000㎡ 면적 대형 점포의 경우 점포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점포의 소형화와 더불어 증권·보험·자산운용 회사를 겸하는 금융센터로의 복합화도 시도합니다. 창고형 할인점이 국내에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매장으로 발전했듯이 금융 점포도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금융센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겨냥한 점포 ‘락(樂)스타존’에 이어 상반기 중에 맞벌이 30대 부부를 위한 점포도 선보일 겁니다. 이들에 맞춰 금융상품을 특화하고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겠죠. 가령 젊은 층이라 아무래도 세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텐데 ‘맞벌이로 집장만 하기’ 상품을 내놓는 겁니다. 아마도 해외여행 선호도가 높을 테니 마일리지를 해외여행 때 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겠죠. 서울 여의도 국제파이낸스센터에 들어서는 스마트 점포도 8월 중 개점합니다. 창구에서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로 예·적금에 가입하고 컨설팅을 받는 온·오프라인 융합 점포죠.

대학 구내에 입점한 락스타 점포는 지점장을 포함해 대다수의 직원이 해당 대학 출신의 20, 30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참여형 마케팅, 문화 마케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죠. KB는 1990년대까지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었습니다. 그런 공공 기능을 하도록 한 정책적 요구도 있었고요. 그러면 서민 금융기관이나 점포라고 서민형으로 꾸미는 게 좋을까요. 고객 생각은 다를 겁니다. 서민들도 중산층 아니 VIP 대우를 받고 싶어합니다. 변화하는 고객 니즈(Needs)에 맞춰 신종 점포와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혁신이겠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