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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 ‘수행’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9호 35면

지금 지리산 화개·악양 마을 일대는 녹차 작업으로 낮밤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해지기 전까지는 찻잎 따기에 여념 없고, 해 지고 나면 녹차 만들기에 정신없습니다.
비록 20여 일 남짓이지만 저 역시 1년 중 가장 바쁜 때입니다.
나름의 생각으로 녹차는 열심히 만들지만 할머니들처럼 찻잎은 절대 따지 못합니다.
쭈그려 앉든, 어정쩡하게 서든, 앉지도 서지도 못하든 그와 같은 자세로 몇 시간 찻잎을 따봐야
그저 한두 줌밖에 못 따는 허망함을 느끼고 나서는 찻잎 따기를 포기했습니다.
찻잎 따기는 ‘도 닦기’입니다. 할머니들은 매일 차밭에서 도 닦기에 열중입니다.
“종일 따도 값이 얼마 안 돼요” “찻잎은 하루하루 마냥 크는데 딸 사람이 없어 애가 타요”
“우리네는 앉아 ‘볼일’ 보면서도 찻잎을 따는데(?) 미처 다 못 따니 애가 타지.”
산중에 사는 어느 누가 이만큼의 ‘용맹정진’을 할 수 있을까요?
찻잎 따기는 ‘도 닦기’가 맞습니다. 저는 절대 찻잎 못 땁니다.
저는 그저 할머니들이 곱게 따온 찻잎을 ‘300도’를 넘나드는 무쇠솥에 넣고
두툼하게 장갑 낀 손으로 열심히 덖겠습니다. ‘한잔의 차’를 내기 위한 모든 공정이 그렇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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