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그룹 불법대출 파장]

중앙일보

입력

성원(晟原)그룹은 1998년까지만 해도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며 국내 금융계의 숨은 큰 손으로 급부상했던 건설그룹이었다.

이런 성원그룹이 하루 아침에 몰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계열 종금사의 돈을 곶감 빼먹듯 한 데 있었다.

기업의 정도를 걷기보다 금융기관을 손에 넣고 돈놀이를 하면서 부실덩어리가 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성원그룹은 경남 창원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전북 전주에 소재를 둔 아파트 등 건설업체인 성원(盛源)건설과는 별도의 그룹이다.

◇ 마구잡이식 불법대출=검찰이 밝힌 불법대출금 4천3백억원은 한길종금 총 여신의 3분의2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뺄 수 있는 편법은 모두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말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인 셈이다.

검찰 조사결과 동일인 한도초과 대출금이 6백96억원에 달했다. 또 대주주 자본금 초과대출이 1천78억원이다.

나머지 2천5백20여억원은 ▶차명으로 대출받거나▶계열사 어음을 마구잡이로 할인해주고▶친.인척은 물론 운전기사까지 동원해 위장계열사를 차려 대출을 받는가 하면▶계열사간 금지된 지급보증 등의 수법으로 대출된 것이었다.

이처럼 무차별적인 불법대출로 한길종금은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대출액이 많다보니 막아도 막아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한길종금측은 자진해 금융감독원에 영업정지를 신청했었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업정지된 98년 8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조5백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 금융기관 탐닉=불법대출금의 대부분은 금융주를 매집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성원그룹이 한때 금융계의 황태자 그룹으로 대접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원그룹은 97년 한해 동안에만 한길종금을 시작으로 경남.신한종금 등 3개 종금사와 6대 시중은행을 포함, 12개 은행의 대주주로 급부상했다" 고 말했다. 여기에 투입된 금액만 3천5백억원에 달했다.

수사 결과 金씨가 금융기관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일 수 있었던 기세는 한길종금에서 나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금융황제로의 등극을 꿈꿨던 金씨의 계획은 한길종금의 영업정지와 함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길종금이라는 칼자루에 자기 발등을 찍힌 셈이었다.

◇ 정.관계 연루 의혹=검찰이 현재까지 밝힌 비자금 추정 규모는 1백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성원그룹측이 부도 이후 지니고 있던 장부를 토대로 불법대출금액과 대조한 액수다.

검찰 관계자는 "부도 이후 장부가 많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설사의 특성상 비밀장부가 있을 법해 金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이를 집중 추궁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원그룹이 YS정부 시절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이 그룹을 둘러싸고 정치권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밝혀진 비자금 1백억원 가운데 69억원이 모 사찰에 제공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사찰측은 이 돈을 증.개축에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돈이 입금된 통장은 명의만 사찰 명의일 뿐 실제로는 성원토건에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사찰을 중심으로 성원토건 살리기운동이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평소 이 사찰에 거액을 기부해온 李씨를 보호하기 위해 사찰측이 돈의 사용처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도 직전까지 2년여 동안 사찰 명의의 통장을 통해 돈이 세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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