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힘 빼나 … 긴장하는 ‘분데스방크 마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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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말고도 프랑스의 내일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세력이 또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마피아’들이다. 옌스 바이트만(44) 총재 등이 핵심 인물이다. 베를린에 있는 재무부 관료들보다 한결 엄격한 원칙주의자들로 꼽힌다. 고집스럽게 통화가치 안정을 중시한다.

 그들은 자랑할 만한 업적도 이뤄냈다. 인플레이션 없는 고도 성장(라인강의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그들은 ECB 본부를 프랑크푸르트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스스로 ‘유로화의 수호신’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그들의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심으로 변질된 것일까. 최근 그들은 위기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바이트만은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시중은행에 빌려준 긴급자금을 서둘러 회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인 시중은행이 흔들리는 와중에 이른바 출구전략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분데스방크 사람들이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위기 순간에 중앙은행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공격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뿐 아니라 분데스방크 마피아들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 바람에 올랑드가 내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면 장기적으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면 유로존 수출 경쟁력에 좋지 않은 ‘강한 유로화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랑드는 “유로화 가치(질)를 조금 희생시켜서라도 실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쪽이다. 그는 “우리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 고급 화폐(강한 유로화)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ECB 기준금리는 1%다. 지난해 12월 8일 1.25%에서 0.25%포인트 내린 이후 거의 다섯 달째 유지되고 있다. 또 올랑드는 ECB가 “회원국 국채도 직접 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랑드가 승리하면 공은 분데스방크 마피아 쪽에 있다. 어떻게 응전하고 나설까.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랑드 당선 이후 유로화의 주인이 누구여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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