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진실 숨기는 구단, 오버하는 선수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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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이 겨울 '거짓말' 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겨울 프로야구 선수협이 태동했을 때 영화 '거짓말' 이 한창 화제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나 프로야구가 다시 선수협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가요계 최고의 인기곡 역시 '거짓말' 이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간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그들을 대립하게 만들어 끝없는 파행의 평행선을 초래한 것도 역시 거짓말이다.

구단은 선수들이 선수협의 필요성을 들먹일 때마다 필요는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 꺼내는 카드가 만성 적자론이다.

1년에 구단마다 50억원에서 많게는 1백억원까지 적자를 보는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선수협을 동등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가는 연봉이 뛰어올라 적자 폭이 늘어나고 결국 '공멸' 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거짓말이다.

1년에 1백억원 가까운 적자를 보는 구단들이 선수 몸값을 20억원까지 올려놓고 서로 영입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프로농구연맹 자료를 토대로 볼 때 프로야구 구단의 1년 홍보 효과는 최소 3백3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1년에 1백억원에 가까운 '서류상 적자' 를 감수하면서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자선사업 단체가 아니다.

선수들은 선수협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보류조항이 족쇄를 채우고 있으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마치 인권을 무시당하는 것처럼 상황이 과대 포장된다. '만성 적자론' 에 필적할 만한 거짓말이다.

보류조항은 프로스포츠를 '리그' 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게 하고 질서를 유지해주는 기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다. 보류조항이 없어질 경우 돈많은 팀만 살아 남고 리그는 경쟁의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스타 플레이어는 한 팀으로 몰리고, 매일 이기는 팀의 경기는 안보게 되는 논리다.

선수들이 구단에 비해 약자라는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그들의 대우는 꾸준히 개선돼 왔으며, '노예' 와 '악법' 을 들먹이기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결국 극한적인 대립을 조장하는 거짓말은 공멸을 부를 뿐이다. 양측 모두 이솝우화 한 토막을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황금을 한 알씩 낳아 주는 거위로부터 한꺼번에 많은 황금을 꺼내려고 배를 가른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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