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낙선했다고 본회의 불참한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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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제 국회 본회의로 18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임기는 5월 말까지지만 더 이상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 다행히 18대 마지막 국회는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다.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몸싸움 방지법(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앞으로 국회 운영의 기본 룰을 바꾼 중대한 사안이다. 여야가 오랫동안 논의한 끝에 어렵사리 합의했다. 물론 문제는 많다. ‘식물국회 된다’는 새누리당 일부의 반발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정을 거쳐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약속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와 함께 폐기될 뻔 했던 62개 민생법안도 막차를 탔다. 한결같이 시급한 법안들이다. ‘112 위치추적법’은 수원 살인사건 이후 112로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약사법’은 필수의약품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중국어선의 해적질을 막기 위한 ‘불법조업근절법’이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법’ 등도 그동안 정쟁에 미뤄져 왔던 법안들이다.

 18대 국회가 마지막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는 과정에서도 오점(汚點)은 남았다. 재적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100명의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적의원 292명 가운데 192명이 몸싸움방지법 표결에 참여했다. 다른 법안의 경우 더 적은 인원이 표결했다. 불참한 상당수 의원들이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사람들이다.

 낙선한 의원들이 총선 이후 열리는 마지막 국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국회 레임덕’ 현상은 관행적인 고질병이다. 낙선 의원들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세비만 챙겨간다. 낙선을 위로하는 여의도 분위기에서 누가 쓴 소리를 하지도 않기에 관행으로 자리 잡아왔다. 더 이상 의원들의 직무태만을 못 본 채 지나칠 수 없다. 4년마다 반복되는 국회 레임덕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의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반납하게라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