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의 페르소나 - 장 르노(Jean Le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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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 장 르노(Jean Leno)가 지난 15일 영화 '크림슨 리버(Rivies Pourpres, Les)'의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98년 11월 '로닌 (Ronin)'의 국내개봉 때 한국을 찾은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의 신작 '크림슨 리버(Rivies Pourpres, Les)'는 '증오(Haine, La)', '암살자(Assassin(s))'를 감독한 프랑스 영화계의 젊은 기대주 마티유 카소비츠의 작품으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장 르노는 고참 형사로 나와 풋내기 형사인 뱅상 카셀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을 추적해간다.

국내에선 내년 1월 13일 개봉 예정인 '크림슨 리버(Rivies Pourpres, Les)'는 프랑스에서 지난 10월 개봉돼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개봉 당시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인 '양들의 침묵'을 능가하는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빛나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187㎝, 92㎏의 듬직한 풍채와 사람 좋은 웃음이 트레이트 마크인 장 르노는 1948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지만 원래는 스페인 사람이다. 본명은 후안 모레노(Juan Moreno). 17세 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출신의 부모를 따라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후 프랑스인 이상의 불어를 구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파리에 있는 연기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렌터카 기사, 악기 외판원, 백화점 점원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 28세가 되서야 겨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장 르노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뤽 베송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만남은 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뤽 베송이 풋내기 조감독이던 시절 한 코미디영화의 오디션 장소에서 처음으로 장 르노를 만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기투합, '마지막 전투(Le Dernier Combat)'와 '서브웨이(Subway)' 그리고 '그랑 부르(Grand Bleu, Le)'와 '니키타(Nikita)', '레옹(Leon)'에 이르기까지 뤽 베송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왔다.

뤽 베송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마지막 전투(Le Dernier Combat)'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흑백의 황량함으로 담아낸 작품. 장 르노는 야만적인 전사의 역으로 야수 같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본성을 뛰어나게 소화해냈다. 흥행은 형편없었지만 평론가들은 '새로운 시네키드'의 등장에 열광했고 뤽 베송은 일약 프랑스 영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장 르노는 뤽 베송의 두 번째 영화 '서브웨이(Subway)'의 록밴드 드러머를 거쳐 심해 다이버들의 모험과 사랑, 우정을 그린 '그랑 블루(Le Grand Bleu)'에 출연했다.

'그랑 블루(Le Grand Bleu)'는 80년대 프랑스 최고의 흥행작. 에릭 세라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만도 200만장이나 팔리면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장 르노는 잠수 챔피언에 도전하는 괴팍한 이탈리아 잠수부로 등장, 우직하고 코믹한 특유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은 돈키호테식 코미디 '비지터(Les Visiteurs)'. 12세기 기사가 마법사의 실수로 현대로 시간 여행을 와서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20세기로 온 중세의 기사가 현대 문명과 맞서 자신의 위엄을 지키려는 노력이 때론 배꼽 잡게 만들고 때론 눈물겹다. 전세계에서 1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

'레옹(Leon)'은 아예 처음부터 르노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 미국에선 'The Professional'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장 르노의 첫 번째 헐리웃 진출작이다. 빠른 템포의 액션과 아이같이 순박하면서도 냉정한 킬러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내면서 전 세계의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95년 개봉된 전형적인 코믹영화 '트뤼프(Les Truffes)'는 프랑스어로 `바보', `멍청이'라는 뜻. 장 르노는 본능적 욕구대로 행동하는,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프랑스 영화치고는 빠른 템포와 감각적인 영상, 이와 맞물린 경쾌한 록음악, 여기에 미국식의 코미디가 가미되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로맨틱 코미디 '로잔나 포에버(Roseanna's Grave)'에서 장 르노는 시한부 인생인 아내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별의별 소동을 다 벌이는 헌신적인 남편으로 등장했다. 영국 TV 시리즈 '미스터 빈'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폴 웨일랜드의 작품으로 잔잔한 스타일과 적재적소에 배치한 유머를 통해 보편적 사랑의 감정을 이끌어냈다.

장 르노는 '레옹(Leon)'의 성공이후 본격적으로 헐리웃에 진출했다. '프렌치 키스(French Kiss)'에선 맥 라이언을 도와주는 순박한 형사 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Impossible)'에선 톰 크루즈를 배신하는 악당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8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해. '비지터 2(Les Visiteur 2)'는 프랑스 박스 오피스를 갱신하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98년 블록버스터 '고질라(Godzilla)'에선 맨해튼을 집어삼킨 핵 돌연변이 괴물을 없애기 위해 선발된 '지구 특공대원'이 됐다.

장 르노는 얼마전 프랑스 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를 수여 받았을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로 대접받고 있다.

장 르노 팬클럽

http://www.geocities.com/Hollywood/Derby/5248/
http://www.ecran-noir.com/stars/acteur/reno.htm
http://www.fansites.com/jean_reno.html
http://members.tripod.com/jeanreno/index.html

'크림슨 리버' 공식 홈페이지

http://www.rivieres-pourpres.com/tex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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