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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만 명 돈 쓰는 정보, SKT 무료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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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시킨다. 자신이 있는 부근의 지도가 뜬다. 손가락으로 구역을 지정하자, 지난 1년간 그 지역에서 일어난 업종별·월별 매출 변화 추이가 화면에 뜬다. 메뉴를 선택하면 시간대별 매출까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오후 7~8시에는 구매력이 강한 20~30대 직장 여성이 제일 많이 지나다닌다는 정보까지 나온다. 결과를 강남 쪽과 비교하고 싶어졌다. 분석 대상 지역을 바꿔 입력하자 강남에 대해 똑같은 자료가 화면에 나타난다-’.

 어디에 어떤 업소를 내면 장사가 잘될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영업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앱이다. 이런 앱이 공짜로 풀린다. SK텔레콤의 ‘지오비전’이다. SK텔레콤은 2일 “과학적인 상권 분석 앱 ‘지오비전’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일반인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지오비전을 무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오비전은 SK텔레콤 2650만 명 가입자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했다. 2006년부터 기지국에 잡힌 가입자들의 실시간 이동상황을 분석해 넣었다. 당초는 어떤 연령대의 가입자들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통화를 많이 하는지 등을 파악해 요금제 같은 데 반영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를 확장해 상권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여기에 OK캐쉬백 3400만 명 회원들의 포인트 적립 정보까지 합쳐 종합적인 상권 분석 앱을 만들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활용 사례인 것이다. 지난 3월 1차 개발을 완료했고, 지금도 계속 추가되는 자료를 통해 분석 내용을 개선해 가고 있다. SK텔레콤 박인식 기업사업부문장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는 철저히 배제하고 단순히 이동과 소비 패턴만을 끄집어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일부 신용카드가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상권 분석을 개발한 적은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유동 인구에 대한 상세한 파악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종 상점에 붙는 권리금의 정확한 값어치 등도 분석을 통해 역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텔레콤은 처음 지오비전을 법인 고객에게 유료 서비스했다. 한 곳에서 한 번 분석 틀을 사용하는 데 15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다 이를 일반에 무료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베이비부머 세대(1956~63년생)의 퇴직이 시작되면서 부쩍 늘어난 창업 희망자들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다.

박 부문장은 “현재 창업자들은 60만~300만원을 내고 컨설팅을 받아야 상권 분석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고급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고 무료 제공을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SK텔레콤 상권분석 데이터는…

● 2650만 명 SK텔레콤 가입자의 동선
● 3400만 명 OK캐쉬백 회원 소비 양상
● 1만4000여 부동산 중개소의 상권 정보

빅 데이터

스마트폰·SNS 대중화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대규모 디지털 데이터를 뜻한다. 거대한 크기(volume), 빠른 데이터 생성·유통 속도(velocity), 형태적 다양성(variety)이 특징이다. 빅 데이터에 숨겨진 유용한 정보를 캐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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