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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 1년 … 오바마 아프간 방문 깜짝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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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앞쪽 와이셔츠 차림)이 1일(현지시간)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군들과 인사하고 있다. [바그람 공군기지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북쪽에 위치한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 1일 오후 10시20분(현지시간)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착륙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두툼한 외투를 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지난달 30일 자정 워싱턴의 백악관을 빠져나와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지 13시간여 만이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마이크 스카파로티 아프간 주둔 미군 부사령관이 반갑게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헬기를 타고 카불로 이동해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곤 양국 간 전략적 동맹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2014년 철군을 약속하고 아프간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바마의 아프간 방문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깜짝’ 일정이었다. 에어포스원에는 ‘엠바고(보도 자제)’ 조건을 받아들인 뉴욕 타임스 등 백악관 출입기자 10여 명만이 수행했다. 백악관은 아프간 방문 일정이 사전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의 미팅 등 가짜 일정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오바마의 아프간 깜짝 방문을 미 언론들은 정치적 배경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11월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점이다. 오바마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선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또 미국의 외교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뒤 선거 슬로건을 ‘미래로의 전진’으로 삼은 만큼 상징적인 출발지로 아프간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오바마는 미국 시간으로 1일 오후 7시30분 바그람 기지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미국의 재건’이었다. 그는 “9·11 테러로 촉발된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역사 속에서 정리되고 있다”며 “이제는 10년간의 해외 전쟁과 국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국을 건설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알카에다를 아프간에서 몰아냈을 뿐 아니라 1년 전에는 빈 라덴을 정의의 심판에 올렸다”며 “알카에다를 격퇴하기 위해 설정했던 목표와 새로운 재건의 기회가 이제 손에 잡힐 정도로 근접했다”고 말했다.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마케팅에 대해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내가 미국 대통령이었어도 오바마와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빈 라덴 사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롬니는 한때 빈 라덴 제거를 위한 노력을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고 반대한 일이 있다”고 재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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