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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찾기 사이트 개발자 소송 휘말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때때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런데 제임스 홀티웨인저가 겪은 일들은 현실 속의 사건이라기보다는 존 그리샴의 추리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겨우 스물 한 살의 청년이 두 건의 법정분쟁과 FBI의 수사에 둘러쌓이게 된 이야기는 인터넷 시대에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홀티웨인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콜럼비아의 A. C. 플로라 고교 3학년 때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 (HighSchoolAlumni.com)이라는 동문찾기 사이트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희생자로 밝혀지든 범죄자로 남든 그는 다른 사람들이 평생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교훈을 젊은 나이에 배웠다.

홀티웨인저의 변호를 맡고있는 맥내어 로펌(McNair Law Firm)의 로버트 머킨퍼스변호사는 “홀티웨인저는 더이상 남들이 부러워하는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FBI가 그의 기숙사에서 컴퓨터를 압수했고, 지금 민사소송에 걸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홀티웨인저는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노볼닷컴 (Snowball.com)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스노볼닷컴은 지난 해 그에게1백만달러와 주식 일부를 주고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을 샀던 회사다.

홀티웨인저에 따르면 스노볼닷컴 측은 그가 1년 동안 스노볼닷컴 사이트의 독립 계약인 자격으로 주당 20시간을 일할 때 월 4,167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었다. 소송내용은 스노볼닷컴이 석달 간만 임금을 지불하여 계약을 불이행했다는 것이다.

스노볼닷컴의 스콧 사우리 대변인은 스노볼닷컴은 아직 고소를 당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번 일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은 다른 일자리를 갖고 있는 홀티웨인저는 그동안 스노볼닷컴에서 나오는 급여로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클렘슨 대학(Clemson University) 3학년으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경영자과정을 부전공으로 이수하고 있다.

전직 주식중개인인 그의 아버지는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을 판매한 돈을 투자하는 데 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승용차 한 대와 다른 물건 몇 개를 샀지만, 사치스러운 것들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또한 절반 정도는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 사이트를 개발하는 데 그를 도왔던 동료 직원 두 명과 투자했던 친척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홀티웨인저는 하이스쿨앨넘나이닷컴의 동료 조지 베이커와 멜리사 허버드가 그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걸려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올 초 홀티웨인저는 또 다른 사이트 지아이버디즈닷컴 (GIBuddies.com)의 서비스를 시작했고, 베이커와 허버드는 경쟁 사이트인 지아이서치닷컴 (GIsearch.com)을 만들었다. 양측 모두 상대 벤처기업의 출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베이커는 자신의 사이트 지아이서치닷컴 서버에서 ‘불법 접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베이커는 이 사실을 변호사들에게 알렸고, 변호사들은 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홀티웨인저측 변호사 머킨퍼스에 따르면 현재 FBI는 홀티웨인저가 연방 반해킹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지만 아직 고소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베이커와 변호인단은 홀티웨인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고, 홀티웨인저도 맞고소했다.

베이커는 “처음 이 일이 시작되었을 때 난 너무 놀랐고 ‘한 때 우리의 친구였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홀티웨인저도 “난 그들이 내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똑같이 말하며 “여태껏 겪은 일 중 가장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화해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해도 민사소송은 형사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보류된다. 검찰청과 FBI 컬럼비아 지국 요원들은 논평을 피했다.

홀티웨인저의 인터넷 데뷔작이기도 한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의 탄생은 고3시절 친구들과 당구를 치던 어느날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자 다른 대학교에 가면 어떻게 연락을 할 지 생각하다가 한 친구가 친구들 사이에 ‘컴퓨터 왕’으로 통하던 홀티웨인저가 인터넷 주소록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었다.

이미 학교 웹 사이트의 책임자로 있던 홀티웨인저는 동창모임 사이트를 만들게 됐고, ‘히트’를 쳤다. 그는 곧 모든 학교의 동창을 찾는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이스쿨얼넘나이닷컴은 곧 인터넷 500대 사이트에 들었다. 스노볼닷컴에 사이트를 판 후 홀티웨인저는 경쟁 사이트인 클래스메이츠닷컴 (ClassMates.com)에서 1100만 달러의 기금을 받고 인터넷 곳곳에 자사 사이트 배너광고를 도배하다시피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거기 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사이트를 스노볼닷컴에 판 이유는 자기가 하이스쿨얼넘나이가 계속 발전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너졌고, FBI의 수사나 GI 사이트들을 둘러싼 소송에서 참아왔던 울분이 스노볼닷컴에 대해서 폭발했다. 그래도 자신의 작품을 판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홀티웨인저의 모습은 스물 한 살이라고 보기에 너무 어른같았다.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이미 내린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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