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한통 신임사장 내정 이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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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 신임 사장에 내정된 이상철(53.사진)전 한통프리텔 사장은 기술 전문가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변신한 대표적 인물. 지난 4.13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한통 내부사정에 밝아 일찌감치 '차기 사장감' 으로 꼽혀왔다.

사장 추천위 관계자는 "그는 한통 민영화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위성방송 등 신규사업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 라고 말했다.

1991년 한통에 합류한 그는 97년1월 한통프리텔 초대 사장이 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통 입사 전에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박사를 딴 뒤 6년동안 NASA(미항공우주국)와 미 국방성에서 일했다.

당시 통신업계에선 "한통의 관료적 체질 때문에 프리텔은 민간기업인 LG.한솔에 눌려 PCS에서 꼴찌를 면치 못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프리텔은 서비스 1년만에 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고, 이후 6개월마다 추가로 1백만명씩 가입자를 늘려나가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의 취미는 바둑. 프로기사 조훈현 9단에게 4점을 깔고 이겼을 정도의 고수다.

초반 포석은 컴퓨터를 방불케 하지만 결정적인 싸움에서는 후퇴없이 밀어부치는 것이 그의 바둑이다. 이런 전략은 경영에도 옮겨졌다.

'남보다 먼저 보고(先見), 먼저 결심하고(先決), 한 발 앞서 실천에 옮기는(先行)' 이른바 3선(先)경영이다.

그는 모기업인 한통으로부터 확실하게 자율경영권을 확보한 뒤 경쟁업체의 허(虛)를 찌르는 묘수를 잇따라 구사했다.

경쟁업체들이 통화료 인하에 신경쓰는 동안 'PCS보증금(10만~20만원) 면제' 카드를 내놓아 차별화에 성공했다.

한솔과는 지방에서 공동망을 구축, 투자비 절감을 통해 LG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6억달러를 유치하고, 한통프리텔을 5만원이 넘는 공모가격에 코스닥시장에 등록시켰다.

통신업체의 주가가 폭등한 시기를 적절히 포착, 민간기업들의 재무 담당자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거대 조직인 한통은 한통프리텔과 달라 해결해야 할 묵직한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강력한 노조와 정치권 등 외부입김에 취약한 한통을 세계적인 통신업체로 키워내야 한다.

그는 21일 축하전화를 받고도 말을 아끼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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