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중단을" "그 짓 왜 하나" 美쇠고기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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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국무회의가 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앞서 김황식 총리(오른쪽),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왼쪽)과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뒤 기자들과 만나 “역학조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중단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수입도 중단해야 한다”고 했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지난달 30일 밤 트위터에 “광우병 민관합동조사단이 출국했는데, (목적이)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니, 꼭 미국 정부의 입장 같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조사단이 미국 가서 철저히 조사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는 거죠? 그렇다면 조사 결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될 때까지는 우선 수입 또는 검역중단해야 사리에 맞지요. 수입과 검역을 계속 하면서 의혹을 해소하겠다니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네요”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김진표 원내대표가 “농식품위에서 검역중단 결의안을 채택하고 2일 본회의에서 의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오후에 열린 농식품위에서 여야 간사는 이견 없이 결의안 채택에 합의했다.

 농식품위에선 여야 의원들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에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먼저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에게 “광우병 조사단이 출국했지만 독자적인 검역조사 권한도 없고, 광우병 발생 농장 방문도 거절된 상황”이라며 “단지 미국에서 안내하는 대로 방문하고, 브리핑만 듣고 오는 수준의 소극적 조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은 2008년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동영상을 튼 뒤 “일국의 장관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 정범구 의원도 “2008년 정부의 약속을 왜 이행하지 않는가”라고 따졌고, 같은 당 김우남 의원은 “수입중단을 못 하겠다면 검역중단이라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서 장관은 검역중단 내지 수입중단 요구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짓을 왜 하느냐”며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117개 국가 가운데 수입을 중단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맞섰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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