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몹쓸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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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울산의 한 실업계 고교 3년생인 김모(18)군은 최근까지 빚독촉에 시달렸다. 지난해 11월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던 등산용 점퍼를 사기 위해 불법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60만원이 6개월 사이 이자가 붙어 168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그 점퍼를 못 사겠다”는 그에게 친구들이 “○○ 렌터카 지점에 가면 고교생도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알려준 게 화근이었다.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다가오자 막막했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돈을 제때 못 갚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걸 눈치챈 부모가 그를 추궁해 사실을 확인하고는 경찰에 불법사채업자를 신고했다.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일 고교생만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아온 혐의(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무허가 사채업자 이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고교생 대상 불법사채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4월 말까지 고교생 10명에게 600여만원을 빌려준 뒤 한 달까지는 10%의 이자를 받고 연체하면 25%를 추가로 받아 왔다. 울산 남구에서 렌터카 지점을 운영하던 이씨가 불법사채를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운전면허증을 막 취득한 고교생들이 차를 빌리러 와서는 “○○를 사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는 걸 듣고는 “내가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루가 지나도 한 달치 이자를 받는다는 별도 약정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5명으로부터 원금과 이자 명목으로 330만원을 받아냈다. 오상팔 광역수사대 팀장은 “고교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사채는 처음 봤다”며 “어른들이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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