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기사, 사이클 女선수 6명 100m 밀고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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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일 25t 트럭이 경북 의성군 단밀면 25번 국도에서 훈련 중이던 상주시청 소속 여자 사이클 선수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선수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뉴시스]

운전 중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에 넋을 놓고 있던 60대 트럭 운전사가 여자 사이클 선수 3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

 1일 오전 9시50분쯤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25번 국도에서 25톤 화물트럭(운전사 백모·66)이 앞서가던 스타렉스 승합차를 덮치고 승합차가 튕겨나가면서 앞서 달리던 상주시청 소속 실업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연이어 덮쳤다. 승합차는 선수단의 훈련을 지휘하는 차량이었다.

 이 사고로 상주시청 소속 박은미(25)·이민정(24)·정수정(19) 등 선수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선영(20) 등 선수 3명과 선수단 에스코트 승합차에 타고 있던 전재효(51) 감독 등 4명이 다쳐 구미 순천향병원 등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상주에서 구미 쪽으로 가던 화물트럭이 사이클 선수단의 에스코트 차량인 승합차를 시속 70㎞로 추돌한 뒤 다시 사이클을 타고 서행하던 선수들을 덮쳐 무려 100m를 끌고가 피해가 커졌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화물트럭 내부에 설치된 DMB가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DMB에서 드라마를 시청했고 운전 때마다 DMB를 보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백씨가 DMB를 보느라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승합차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추돌한 현장에서 100m까지는 화물트럭이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백씨가 DMB 시청에 정신이 팔려 추돌 뒤에도 한동안 사고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음주 측정에서 백씨는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왕복 4차로 직선도로로 경사도 2∼3도인 오르막길이어서 백씨가 추돌한 뒤 브레이크만 밟았어도 선수단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를 당한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은 11일부터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위해 이날 상주 숙소를 출발해 구미로 향하던 중이었다.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은 지난해 전국체전 등 4개 전국 단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상주시청 소속으로 국가대표인 이애정(22) 선수는 이날 다른 훈련으로 불참해 사고를 면했다.

의성 25번 국도 오르막길서
3명 숨지고 3명 크게 다쳐
TV 보느라 추돌도 모른 듯
상주, 작년 전국체전 우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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