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끌고 대기업은 밀고 초경량 ‘전기차 배터리 캐리어’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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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JEC 컴포지트 유럽’ 전시회에서 기술혁신상을 공동 수상한 신한금형의 심수길 금형기술부장(오른쪽에서 둘째)과 LG하우시스,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신한금형]

부산의 금형업체 신한금형은 3월 프랑스 파리의 세계 최대 복합소재 전시회인 ‘JEC 컴포지트 유럽’에서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전 세계 10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이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가 혁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은 현대자동차·LG하우시스 등과 함께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용 캐리어. 전기차의 핵심이자 무게가 250㎏에 달하는 배터리를 안전하게 지탱해 주는 부품이다. 기존 제품은 주로 철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캐리어 자체 무게만 30㎏ 이상 나간다. 연비가 중요한 전기차에는 부담스러운 무게다. 신한금형은 철 대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캐리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금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캐리어는 기존 제품보다 무게를 40%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호흡을 맞춘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의 결실이다. 2009년 신한금형이 주관사로 선정된 ‘캐리어 경량화’ 프로젝트에 현대차·LG하우시스·자동차부품연구원이 참여했다. 국내외 특허도 공동으로 출원했다. 공조의 효과는 사업화 과정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신한금형 김철규 기술연구원 부장은 “신제품은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량에 실려 최종 시험 중”이라면서 “제품의 특성상 가볍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데 지금까지의 시험 결과는 철 제품에 못지않은 것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그는 “일본으로부터 4건의 금형 수주를 받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제조업체인 동신유압도 광역 선도사업을 발판으로 ‘블루오션’에 진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00년대 초반 큰 위기를 맞았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며 주문이 줄어든 데다 주요 수출시장이던 동남아 지역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쏟아지며 시장을 장악해 갔다. 고민 끝에 선택한 탈출구는 중국 업체가 넘볼 수 없는 초대형·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동신유압은 2010년 7월부터 시작된 선도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3000t급 사출성형기를 개발했다. 전자·자동차의 정밀 부품 제조에 쓰이는 이런 초대형 사출기는 그간 수입품이 시장을 장악해 왔다. 동신유압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국산화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를 25% 이상 덜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92% 이상 줄였다. 이 업체 이세훈 경영기획실장은 “현재 국내외 4개사에서 구매의향서를 받는 등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에 들어갔고, 새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등 신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 광역경제권의 1단계 선도사업에는 이들 두 업체를 비롯한 중소·중견기업 142곳, 대학 20곳, 연구소 33곳 등 모두 244개 지역 기관이 참여했다. 1466억원이 지원된 이 사업을 통해 297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이달부터 시작된 2단계에선 ▶에너지 플랜트 ▶그린 화학 소재 ▶수송기계 ▶조선해양 산업에서 8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희훈 동남권 지원단장은 “앞으로 3년간 지역에 6415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8450억원의 수출을 일으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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